[경향신문] ‘시성(詩聖)’ 두보(杜甫)는 마흔 살이 되도록 벼슬은 얻지 못하고 가난에 병까지 겹쳤다.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마저 돌아서자 <빈교행(貧交行)>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개탄했다. “손바닥 뒤집으면 구름이요 엎으면 비가 되니(飜手作雲覆手雨), 이처럼 변덕스러운 무리들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그대 보지 못했는가, 관중과 포숙아의 가난했을 때의 사귐을. 요즈음 사람들은 이 도리를 흙같이 버리고 만다네.” 번수(飜手)는 손바닥을 위로 펴는 것을 말하고, 복수(覆手)는 그 반대로 손바닥을 아래로 뒤집는 것이다. 변덕스러운 소인배의 우정을 이르는 ‘복우번운(覆雨飜雲)’과 입장을 뒤집는다는 ‘번복(飜覆)’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손바닥 뒤집듯 인정이 바뀌는 세태는 고금에 매한가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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