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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jpg 크리스천라이프 이민목회이야기(12-마무리)"그린광야로의 부르심에 순종" 한명수 목사

 두바이 상공에서 바라본 사막은 끝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평온해 보였다. 카이로는 모래 바람의 영향을 받아선지 희뿌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장거리 이동으로 몸과 마음은 지쳤지만 요르단 광야에서 맞은 저녁은 서늘함을 안겨줬고 풀벌레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 무덥던 광야도 저녁이 되니 숨어있던 자연이 되살아 나고 있었다. 사막의 나라에 비하면 뉴질랜드는 쉽게 푸른 자연을 접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자연환경의 가치를 살려 "100% 청정 국가"라는 브랜드로 마케팅하고 있다. 중동과 비교할 수 없는 친 자연환경에 살고 있지만 이민자들은 웃을 일이 적어지고 쉽게 피곤함이 느껴진다. 한국으로 유학을 갔다 왔다는 사우디아라비아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날씨, 먹거리 그리고 박진감 있는 한국의 문화생활이 좋다"고 하기에 맘에 뿌듯함을 갖고 "어느 나라에 더 살고 싶나?" 물었더니 우리말로 "당근이죠"라며 아무리 덥고 해도 자기 나라가 좋단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 라이어"의 서문은 이탈리아에서 미국 펜실베니아로 이주한 2천명의 사람들이 고향의 지명대로 '로제토' 마을 공동체를 이룬 내용으로 시작한다. 소화기와 위장을 연구했던 오클라호마 의대 울프 교수는 집단 이주한 이민자들 가운데 65세 미만의 사람 중에 심장마비 환자가 거의 없다는 소식을 듣고 사회학자의 도움을 받아 지역 조사를 했다. "그들은 부유하게 살진 않았지만 알코올중독자나 약물중독자가 없었고 자살률과 법죄율도 매우 낮았지요. 우리는 펩신선 궤양도 조사해봤는데, 어떤 종류의 궤양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로제토 사람들은 말 그대로 제 수명을 다하고 늙어서 죽었다. 그게 전부였다"고 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의사와 사회학자가 연구한 결과, 로제토 사람들은 "한 지붕아래 3대가 모여 살았고, 카르멜산의 성모교회가 사람들을 결속시키고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뒀다. 여러 시민들의 모임, 평등주의적 정서와 함께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공동체였다"는 것이다. 이민자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다문화사회에서 '우리끼리'로만 가는 것도 문제지만 민족적 정체성과 자존감을 지켜가는 것은 이민교회의 주요한 역할이다. 신앙공동체 안에서 소중히 지켜온 민족정신, 믿음과 삶의 가치를 공유하고 이어가야 한다.  
 
덴마크에서 온 사람과 몇 번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조롱박 모양의 배를 씨까지 오므려 맛있게 먹었다. 단물이 가득한 한국산 배와 수박에 익숙한 난 이해하기 힘들어 "그렇게 맛있냐?" 물었더니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란다. 그러면서 "넌 안 그러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외국생활에선 익숙하게 먹었던 음식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2%가 있다.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했던 아보카도와 조롱박같이 생긴 배가 언제부터인가 먹다 보니 이젠 그런대로 만족감이 높아지고 있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노래가사처럼 살다 보니 익숙해지고 있나 보다. 몸은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해가고 있는데 정서적으론 안정감이 시간이 더 필요한가 보다. 군대에서 야간 근무를 담당할 때 하늘의 별들과 달을 바라보며 수많은 생각들을 한적이 있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한국에선 해보지 못했을 깊은 상념을 한다. 어디에 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삶의 의미와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냐?'를 물으며 살아갈 때 막연한 동경이나 외로움을 견뎌낼 수 있는 자생력이 키워짐을 느낀다.

이민자들은 그린(Green)의 나라에서 광야(Desert)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좋은 환경이지만 삶을 위한 몸부림이 막연함 속에 오래 이어지고 있어 버겁다. 그래선지 내 ‘목회이야기’가 더 무겁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마음이다. 삶이 어딘들 쉬울까?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로 채워질 수 있고 그것이 신앙이 주는 힘일 것이다. '그린광야로의 부르심'은 내가 목회하며 깨달은 고백이다. 영어로 그 의미를 살리면 "Blessings from the Green Desert"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린(Green)과 광야(Desert)가 매칭되지 않지만 이민자의 삶이 그렇다. 부조화 속에 하늘의 부름을 따라 조화를 이뤄가는 과정이기에 축복의 시간이다. 한 생명의 가치와 부르심을 잊지 않고 달려간다면 광야도 꽃동산 되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다. 멋모르고 시작했고 시행착오와 좌절도 경험했지만 광야에서 얻은 값진 경험이 가야 할 길 멀지만 값지게 쌓여가고 있다. 내일도 그리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이 광야의 목회지만 환경만을 탓할 수도 없다. 단순함 속에 더 하나님께 집중하고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고린도후서 12:10)는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함이 사막을 지나는 인생비밀이다. 다윗은 광야시절 더 깊은 하나님과의 만남과 교제로 풍성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곳은 기도와 찬양의 기회였고, 단독자로 하나님 앞에 나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목놓아 울부짖어도 들을 사람은 없겠지만 하나님께서는 듣고 계셨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고백한 인생수련의 장소였다.
 
루디야드 키플링의 “천 사람 중의 한 사람”이란 시처럼 구백아흔아홉 사람은 나를 대적한다 할지라도 천 번째 사람이 나를 지지하고 함께 한다면 광야도 살아갈 만한 곳 아닌가? 내 뜻이 아닌 하나님의 소원이 광야를 통과한 사람들에게 드러날 것이다. 버겁고 막연한 현실 속에서 전능자께 내 시선이 향할 수 밖에 없다. 비행기에서 내다본 사막의 마을 사람들도 때가 되면 기쁨이 기다림을 알고 있다. 목사로 20년 일했으니 할 만큼 했다는 맘에 '여기까지 아닌가?'하는 맘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부름 받은 자이기에 더 순복하며 그분의 뜻을 깨달아가며 맞춰가고 있다. 광야도 저녁이 되니 풀벌레도 지저귀고 사람이 살만한 곳이듯 "광야에서 물이 솟고 시내가 흐를 것이고, 작은 자가 천을 약한 자가 강국을 이룰 것"(이사야 35:6; 60:22)을 믿고 하늘가족과 함께 축복의 기회로 삼길 소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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