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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jpg 크리스천라이프 이민목회이야기(11) "공중의 새들이 날아와 깃들이는 공동체" 한명수 목사

 호주 브리즈번 어느 공원은 점심시간 즈음 새들이 먹이를 찾아 몰려든다. 농장 주인이 오랜 기간 정해진 시간에 먹이를 줬더니 숲 속에서 요란한 소리를 지르며 날아온 새들로 진풍경을 이룬다.  화려한 색을 띤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당당히 다가와 음식을 먹곤 숲으로 날아가기를 반복했다. 새들 덕분에 그 곳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돼서 사업을 넓혀가고 있었다. 새들은 자유롭게 날아갔지만 언제나 정해진 시간이면 또 찾아오니 농장 주인의 소유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넓은 울타리 속에 아름답게 공존하고 있었다. 뉴질랜드에선 새들의 요란한 지저귐으로 아침을 맞기도 하고 야외 카페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창공을 자유롭게 나는 새들을 보면서 목회의 연관성을 생각한다.   

 로빈 스카셀러는 사람이 익숙한 곳을 떠나 외국에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네 단계로 조사해서 발표했다. 첫 번째는 '허니문'단계로 외국 생활이 너무나 좋고 새롭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문화적 괴리에서 오는 소외감, 향수병 그리고 우울증 등에 시달리는 '문화충격'을 겪는다. 세 번째는 이런 모든 두려움에서 '회복되는 과정'을 거치고, 마지막으론 '새 문화에 적응하는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이민자로 살아가면서 현지인 교회에서 일도 해봤고, 언어의 불편함은 늘 있지만 네 단계는 아직도 불규칙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국에 대한 아련함이 떠나지 않는다. 기다림 속에 한국을 방문할 경우엔 왠지 낯설게 느끼지는 고아가 된 느낌도 든다. 

 환경이 좋다 해도 타국의 삶은 왠지 배고프고 힘들게 느껴진다. 이민목회가 쉽지 않은 것은 이민자의 삶이 그만큼 고단하기 때문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붙는 것처럼 잠시 머물다 떠나는 기차역 같아 솔직히 막연하다. 이민사회에서 한인들이 전문 직업을 가지면 주류 사회에 편입된 것처럼 이야기한다. 직능으로서는 가능하겠지만 백인들 사이에서의 영향력은 주변인으로 남아있다면 너무 비관적일까?

 반복적이고 소모적일 수 있는 이민목회는 각자의 부르심과 함께 나름의 원칙과 확신이 있어야 돌파할 수 있다. 잠언엔 “고향을 떠나 유리하는 사람은 보금자리를 떠나 떠도는 새와 같으니라(27:8)고 했고, 시편엔 "공중의 새들도 그 가에서 깃들이며 나뭇가지 사이에서 지저귀는도다(104:12)"고 했다. 예수님도 비유를 통해 새들이 나무 가지에 깃들이는 것을 말씀하셨다. 새들은 언젠간 다른 곳으로 그들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날아가겠지만 나무는 그 자리를 지키고 다른 새들을 맞는다. 뉴질랜드에서 내가 꿈꾸는 목회는 쉼을 찾아 떠도는 새들에게 주막처럼 길손들의 쉼뿐 아니라 다음 여정을 살필 수 있는 숨 고르기를 하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예수님은 겨자씨 비유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비유로 말씀하셨다. 

 신약학자 예레미야스는 공중의 새를 '이방인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연합된다는 것을 나타냈다'고 주장한다. '새'들은 "이민자, 주류 사회에 섞이지 못한 나그네'로 설명하면서 그들이 교회 공동체와 연합해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이루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민자, 유학생 그리고 단기방문자들은 고국을 떠나 낯선 곳에 안착하려는 공중의 새들과 같다. 교회가 나무처럼 쉼을 줄 수 있기에 온갖 종류의 새들이 모여드니 요란할 수 밖에 없다. 탐색전이 지나면 자기 소리들이 커지면서 불협화음이 나는 것도 살아 있다는 증거다. 아무런 의욕도 없고 또 날아가 버린다면 큰소리 날 일도 없다. 오늘은 언젠가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그리운 어제가 될 것이다. 힘들고 요란한 소리가 있을지라도 새들이 떠난 적막한 숲보단 좋지 않을까? 커가는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 교우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숨가쁨도 있겠지만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행복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가 아니라, 일어난 일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행복은 일어난 일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고, 인식하고, 그 전체를 어떤 마음 상태로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라고 '인생수업'에서 말했다. 교회의 리더들은 날아다니는 새들로 인해 복잡한 심경일 때가 많다. 매 순간 "생명의 말씀을 붙잡고(빌립보서 2:16)"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감당하는 것이 소명자다.  
 
 목회자가 사임할 경우 교회의 존폐위기를 맞을 만큼 취약한 경우가 현실이다. 해밀턴 주변지역도 한인들이 적은 가운데도 전담 목회자를 필요로 한다. 한 생명의 가치는 헤아릴 수 없지만 목회자가 돌볼 수 있는 지역의 범위를 넓히는 인식의 전환으로 목회자와 교회 리더들이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일들을 위한 협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선교를 경제적 이해득실로 따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값비싼 향유를 아낌없이 부어드린 여인을 예수님은 칭찬하셨다. 지역적 한계를 인정하고 복음의 가치와 부르심 앞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질 때 새들도 더 튼실히 자랄 수 있겠다는 맘이 더 든다.
 
 필립 얀시는 "잠시 교회를 떠나 있을 때면, 고통받는 쪽은 언제나 나였다"면서 교회를 통해서 자신의 고민을 희망으로 삼았다. 새들은 떠나가지만 하늘의 양식과 사랑을 경험했기에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리라 믿는다. 신혼 시절을 해밀턴에서 보냈던 교우가 아이 둘을 데리고 한국에서 다시 해밀턴을 찾아와 열 몫을 하고 있다. 한국, 영국, 미국 등지로 날아간 새들도 그곳의 나뭇가지에 깃들여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주고 있는 소식도 듣는다. 

 큰 교회는 전투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영적 항공모함처럼 선교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교회도 한 사람에 집중해서 큰 나무처럼 리더로 자랄 수 있도록 강점을 살려야 한다. 이민교회는 다음 세대를 돕고 세계로 파송할 수 있는 인재들을 키울 수 있는 생명의 인큐베이터와 같다. 육지와 섬을 오가는 나룻배로서의 기능이 바로 우리 교회의 역할이다. 비록 그들은 떠나 지금은 없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넓혀져 가고 있다는 소망을 꿈꾼다.  공중의 새들, 왁작지껄 해도 나무가 휘어질 정도로 날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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