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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2015.09.09 14:46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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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천라이프 이민목회이야기(5)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 한명수 목사 (해밀턴 장로교회 담임)


 자녀들이 커가면서 집안에서의 내 존재는 점점 작아지고 있고, 아내는 전 방위로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 집 이곳 저곳에서 나타나는 바퀴벌레는 내 역량과 존재의 의미를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에 살던 집에서 쥐가 출몰해서 포장된 김과 음식물을 갉아 놓곤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적이 있다.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쉽사리 잡히지 않던 어느 날 아내가 불러 부엌으로 가봤더니 쥐가 쌀통 옆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바퀴벌레를 퇴치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아빠와 남편으로서의 내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난 중무장을 하고 쥐가 움직일 수 있는 이동경로를 예상해서 차단 벽을 설치한 후 심호흡을 크게 한 후 공략에 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작은 쥐가 내 예상을 뒤엎고 나를 향해 필사적으로 돌진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겁을 먹고 허둥지둥 대며 부엌 바닥 이곳 저곳을 두드리는 사이 내 다리 사이를 지나 유유히 창고로 사라져버렸다. 성과를 기대하며 지켜보던 가족들은 당황해 하는 내 모습에 웃음거리가 돼버려 그 동안 쌓은 명성을 한 순간에 날려버렸다. 다행히 최선을 다해 추적한 결과 비록 그 쥐는 놓쳤지만 습한 곳에서 갓 태어난 쥐새끼 대여섯 마리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결사적으로 내게 달려든 그 쥐를 생각하면 내가 얼마나 심약한 존재인지를 알게 됐고, 죽을 힘을 다해 정면으로 돌진하며 피할 길을 찾은 쥐의 순발력과 용맹성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에는 카이사르에 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그의 활약상을 기술했다. 이탈리아의 일반 고등학교 교과서엔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다섯 가지로 꼽는다. 이는 '지적능력, 설득력, 육체적 내구력, 자기 제어 능력, 지속하는 의지'인데 이 모든 부분에 카이사르는 100점을 받았다. 성경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왕은 다윗일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의 영토를 넓히며 전쟁에서 백전백승을 거뒀고 안정된 국가의 기틀을 이룬 사람이다. 그런데 그에겐 왕이 되기 이전과 이후에도 수많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사울 왕의 살해위협을 피해 골리앗의 동족 블레셋 지역의 한 성읍으로 망명을 한다. 골리앗을 죽인 적국의 용장이자 원수라 할 수 있는 다윗을 알아본 사람들이 왕에게 그의 위험성을 알려 죽여야 한다고 했다. 미친 사람은 죽이지 않는 종교적 상식을 알고 다윗은 수염 밑으로 침을 흘리며 문짝을 꽝꽝 치며 미친 척을 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곳은 그에겐 가장 위험한 지역이었지만 동시에 사울 왕으로 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어떻게 전개될 진 몰랐지만 그는 위기의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하나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미래 권력자가 살아남기 위해 미친 척을 했다? 다윗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겠지만 이런 과정까지 거뜬히 통과한 사람이 이스라엘의 왕 중의 왕 다윗이다.


 
 연예인으로 국회의원을 했던 고 정주일씨는 의원직 임기를 마치면서 "코미디 잘 배우고 갑니다."라고 했던 적이 있다. 국가의 대사를 의논하는 의원들의 행태와 입법 활동이 코미디같이 우스운 일들이 많다는 것을 빗대서 한 말일 것이다. 목회 이야기를 쓰고 있는 나로선 속내를 드러내기 곤란한 코미디 같은 일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교인들은 이중 문화의 구조 속에 어떤 경우엔 키위스타일, 어떤 경우엔 한국의 목회적 돌봄을 그리워한다. 그러다 보니 유연성이 더 많이 요구됨을 느낀다. "한 곳에서 10년 이상 목사로 일한 사람은 별 하나의 계급장을 달아줘야 한다."고 했던 교수님의 말씀이 가끔 생각난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온전한 판단력이 의외로 막힐 때가 있다. 뉴질랜드 현지인 목사도 목회를 "Awful-끔직하다"고 내게 말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보면 하나님의 절대적 부르심이 아니고선 소명을 완주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맘이 더해진다.  


 일본 메이지대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마음과 머리를 자극하고 성장하게 하는 호흡이 깊은 순수 학문을 지속적으로 하라.”고 한다. 성경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복음을 위해 생명을 바친 신앙의 선배들의 선한 행적을 만나 깊이 호흡함과 같을 것이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빌2:3)”라는 성경의 가르침처럼 위기의 여지가 틈타지 못하게 해야겠다. 다윗 같은 위대한 사람도 침을 흘리며 수치와 모욕을 참으며 낮아졌고, 무엇보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나님의 부르심에 복종하셨다. 나 같은 사람이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고 발끈한다면 다윗 왕은 내게 "그런 것을 일도 아니라고 할 것"이라며 조언하지 않을까 추측된다. 


 
 “주 예수 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라는 찬송처럼 이 땅에서 교회 공동체처럼 귀중한 곳은 없다. 내 고집과 자존심이 하나님의 측량할 수 없는 은혜와 사랑 안에 잠기면 목회도 교회 생활도 더 풍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혜와 계시의 영으로 하나님을 알게 해 달라고 기도했던 바울처럼 내가 정면 돌파해야 할 것은 결국 하나님의 말씀앞에 서는 것이며 은혜의 강에 깊이 잠겨야 한다. 막연하고 반복적인 현실 속에 움츠려 들지말고 피할 길을 예비하셨다는 확신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하면 좋겠다. 바알에게 무릎 끓지 않은 “7천을 남겨두셨다”며 지쳐있는 엘리야를 격려하듯 나 혼자만 이 고독한 경주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살기 위해 때론 수치와 모욕을 참아내고 있는 교인들이 있는데  목회도 예수 정신으로 무장해야겠다. "예수로 미쳐보자"고 제안하면 좀 표현이 지나칠까? "우리가 만일 미쳤어도 하나님을 위한 것이요 정신이 온전하여도 너희를 위한 것이니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도다(고린도후서 5: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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