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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천라이프 이민목회이야기(8) “다시 부르신 자리에서 시작하고 싶다” 한명수 목사 (해밀턴 장로교회 담임)


 이집트 왕자 시절의 모세는 자신감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몸엔 히브리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느 날 마음속에 있는 민족의식이 발휘돼 동족을 괴롭힌 이집트인을 살해했고 이 일이 알려져 도망자가 됐다. 하루아침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의 시절을 보내야 했다. 단순함의 반복 속에 낮은 자존감으로 살던 그에게 하나님의 천사가 신비한 광경을 보여주며 “내 백성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키라”는 사명을 맡기셨다. 양을 돌보며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좌절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이 깨달아가며 마침내 그 일을 이뤄냈다. 내 목회와 삶은 자신감과 의욕이 넘쳤던 시절을 지나 세월이 약이랄까 하나님의 은혜로 무력감과 힘겨움을 많이 극복해가고 있다.


 천년 이상 갈 수 있는 건물을 지으려면 천년된 노송을 재료로 사용하는 비법이 있다고 한다. 험난한 세월을 견딘 그 시간 속에 나무의 특성을 살려 건축에 활용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건축 명인을 '궁목수'라고 하는데 이들은 건축물을 짓기 위해 좋은 나무를 사지 않고 산을 구입한다고 한다. 건물의 필요에 맞는 나무를 찾기 때문에 쓸모 없는 나무들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아직 사용할 곳을 찾지 못했을 뿐이란다. 장인의 탁월한 기술로 휘어진 나무라도 건축물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면 하나님께서 내 기질과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아시기에 가장 적절한 일들을 맡겨주실 것이다.


 우리 교회가 사용하는 키위 교회의 목사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였었다. 목회에 소명을 느껴 학교를 떠나 목사로 일하면서 여러 일들을 추진했고 팀워크를 잘 이뤘다. 인원도 늘어났고 축제 속에 모교회로부터 도움을 받은 데로 교회를 분가해서 예배처소를 세우는 데 필요한 땅을 구입했다. 그는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자기도 알 수 없는 침체된 마음이 계속돼서 사임하겠다고 했더니 교회에선 더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이런 교우들의 기다림 속에서도 회복되지 못했다며 끝내 사임했다. 다행히 다시 학교로 돌아가 가르치는 일을 계속했고 그들 부부의 소원대로 선교사로 갈 준비를 차근히 했다. 몸과 마음을 많이 회복해서 기쁨으로 지금은 미얀마에서 지도자들을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분과 교제하며 배운 것은 교회가 주님의 교회이며 그분께서 가장 합당한 방법으로 인도하실 것이라는 확신을 그의 삶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이미 대학교수로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경험이 풍부한 분이 선교현장의 팀과 협력을 위해 교사 자격증을 얻기 위해 과목을 수강하는 겸손함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집권당 원내대표였던 분은 여의도로 출근을 하면서 매일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물었고 "세상을 바꾸는 것이 정치"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한 기업의 가치관, 즉 기업이 표방하는 가치와 그 구성원들의 신조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로버트 하스는 말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정치인들과 기업을 경영하는 지도자들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는 그 공동체의 삶의 질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나타난 현실만을 보고 좌충우돌할 것이 아니라 생각과 가치의 기준을 더 본질적인 것에서 찾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


 교회가 제한된 틀 안에 갇혀 주변을 보지 못하고 변화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목회자들과 교우들이 고민해야 할 물음은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교회 공동체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필요하다. 교회가 세상에 희망이 되기 위해선 내적으론 영성의 회복이요, 외적으론 커뮤니티와의 연대며 위로는 하나님과의 풍성한 교제라고 생각한다. 난 그 키위 목사에게 "당신은 그만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다른 사람이 와서 충분히 목회할 수 있으니 사임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난 그만 두고 싶어도 그만 두지 못할 여러 상황"이라며 함께 기도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위기의 상황이면 더 차분히 자신을 조절하는 품성을 지닌 속이 깊은 사람이다. 무엇보다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서 문제의 답을 찾으려 했고 그를 통해 내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깨닫도록 내 목회와 삶을 컨설팅 해줬었다.


 다윗은 전쟁 중에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불러 부절절한 관계를 맺었고 이 일을 덮고자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충직한 부하 장수 우리아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 모든 일을 본 나단 선지자는 다윗의 잘못을 비유를 들어 지적했고, 그 잘못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라고 지적했다. 추악한 욕망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그는 즉시 "내가 여호와께 죄를 범하였노라"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절대 권력자의 숨기고 싶은 허물을 밝힌 제사장 정도는 가볍게 없애버릴 수 있는 계략을 꾸밀 수 있는 능력과 지위에 있던 사람 아닌가 그러나 그는 하나님을 두려워했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타락한 자신의 모습을 가슴 깊이 뉘우쳤다. "우슬초로 나를 정결하게 하소서 내가 정하리이다 나의 죄를 씻어 주소서 내가 눈보다 희리이다"(시편 51:7)라며 삶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눈물의 고백을 했다. 다윗의 다윗다움은 자신의 잘못을 즉시로 인정하고 전환점을 삼았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생각했던 목동인 자신을 부르셨음을 잊지 않았다. 위기의 연속이었지만 더 강한 지도자로 채워주신 하나님의 은총을 깊이 생각했을 것이다.


 훌쩍 가버린 시간 속에 지난 일들을 돌아보면 부끄러운 일들이 많다. 의욕과 열정이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힘겨운 과거를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는 부름의 자리로 돌아가야 함을 더 많이 느낀다. 천 년을 이을 수 있는 요긴한 건축물로 쓰임 받기 위해선 모진 풍파를 견뎌냄이 필요하다. 내 약함이 전능자의 긍휼 안에 있길 기도한다. 로마서엔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다”고 했다. 교회와 커뮤니티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물어보면 좋겠다. 그 물음을 가장 합당하게 채워갈 때 하나님께서 나머지는 이루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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