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조회 수 17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신앙은 고민이나 주체적 사색, 깊은 가슴앓이 통해 성숙하는 것 ~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신앙고백은 본질적으로 사랑 고백이다.
그런데 사랑 고백은 무미건조한 객관적 진술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샘솟는 다분히 감상적·서정적 진술에 가깝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당신의 눈 속에는 초롱초롱 빛나는 별이 있고 맑은 호수가 들어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의 작은 눈 속에 별이 있고 호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비유적인 진술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감동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나는 예수가 하느님이라고 믿는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역사의 한 시대를 살았던 예수를 하느님이라고 믿는 것은, 전통적인 삼위일체론에서 복잡하게 설명하듯 "예수는 본질과 위격에 있어서 하느님과 동일한 분"이라는 식으로 추상적인 용어로 아리송하게 이해하기보다는,

 

"나는 예수의 삶과 죽음에서 내 마음에 큰 감동과 충격을 주는 깊고 중요한 의미를 발견한다.
예수를 생각하면 내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예수라는 존재는 참으로 놀랍다 !
나는 그분의 존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분은 내게 하느님과 같다"

 

는 식으로 쉽게 풀어서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또 그래야 예수의 의미가 내 삶에 더 생생하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느낌표 !  이건 대단한 거다.
느낌표가 없으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없다.
과학적으로 말하더라도, 인간이 몸담아 살고 있는 가없는 우주와 이 세상에는 온갖 신비로 가득하다. 어쩌면 종교의 기원과 믿음의 시초는 그 신비로움에 대한 전율과 감동과 환희였을지도 모른다.

첨단 과학이 발달한 요즘 시대에도 해맑은 동심(童心)을 가진 어린아이들은 주변 사물들에 대해 수없이 물음표를 던지고 느낌표를 달 줄 알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순수하고 종교적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그 소중한 느낌표를 잃어버리고, 그 결과 겉으로 제아무리 종교적인 체해도 실제로는 종교의 핵심에서 멀어진다.

윌리엄 워즈워드는 바로 이 점을 간파하고서 '무지개'라는 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일침을 놓았던 게 아닐까.

지금까지 내 신앙생활 대부분의 시기는 자의든 타의든 거의 마침표 수준에서 맴돌았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이나 주체적 사색, 깊은 가슴앓이 없이 소위 '기독교 신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그럭저럭 살아왔다.
나뿐만이 아니다. 내 주변 신자들을 보면 대다수가 획일적·평균적 수준의 신앙에 그런 대로 만족하며 안주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게 오늘날 이 땅의 기독교가 참된 생명력을 잃어 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초래한 근본 원인들 중 하나가 아닌가.

물음표가 없으니 신앙의 깊이가 없고, 느낌표가 없으니 신앙의 감격이 없다.
그래서 하느님을 사랑한다지만 그 사랑이 천박하고 메말랐다.
입술만의 사랑이지, 가슴 절절한 진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그저 습관적인 사랑, 어쩌면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사랑으로 변질될지도 모른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앞으로는 아무런 생각 없이 믿어 왔던 전통 신앙에 하루 한두 번 툭툭 물음표를 던져 보고 또 가슴 찡한 느낌표도 이따금 달아 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것이 먼지가 수북이 쌓인 내 신앙이 살아나고, 그래서 또 내 삶이 새롭게 살아나는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무지개 >

하늘에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나니,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어다.
아니면 이제라도 나의 목숨 거둬 가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하노니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천생의 경건한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윌리엄 워즈워드·영국 시인, 1770~185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KOWAI 운영 공지 사항 운영자3 2020.09.29 2517
공지 사고/재난 발생시 연락처, 하단 웹사이트 참고(뉴질랜드 정부 한글 안내판) 운영자 2016.11.14 8192
397 최신 스마트TV로 한국방송을 시청하십시오 !!! worldtv 2013.09.01 1817
396 Hamilton Real Estate psuke 2013.08.29 1502
395 저질의 중국TV를 보고 계십니다 !!!!! file worldtv 2013.08.28 1592
394 고정된 편견 나누리 2013.08.28 1620
393 [한의학 칼럼 2] 병의 치유와 예방 Ryu 2013.08.27 1942
392 한국학교 공개수업에 학부모님을 초대합니다^*^ 천사 2013.08.27 1590
» 마침표 . 물음표 ? 느낌표 ! 나누리 2013.08.24 1736
390 해외에 나오니 한국상품이 너무 그리워요 다해드림 2013.08.21 1543
389 生死禍福 나누리 2013.08.20 1316
388 이젠 2년 넘게 많은 뉴질 교포분들이 믿고 file 쇼파맨 2013.08.20 1753
387 삶의 구원 나누리 2013.08.17 1507
386 해밀턴 시의회 및 시장 선거안내 와이카토한인회 2013.08.16 1362
385 마침표. 물음표 ? 나누리 2013.08.14 1769
384 오클랜드 영사관 안내: 뉴질랜드 운전시 유의사항 안내 - 처음 운전면허증을 교환하시는 분들은 꼭 참조하세요 file 와이카토한인회 2013.08.14 2731
383 [한의학 칼럼 1] 병의 시작은 마음입니다. LEORYU 2013.08.13 1714
382 편견 나누리 2013.08.03 1780
381 중국무역투자 업체선정방문 통번역시장조사 지사대행관광가이드 바다물 2013.08.03 1820
380 마침표 . 나누리 2013.08.03 1913
379 주뉴질랜드대한민국대사관 전문직 행정원 채용 공고 와이카토한인회 2013.07.31 2057
378 고정관념 나누리 2013.07.23 2000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43 Next
/ 43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