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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3 11:25

고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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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관념
 
                                                                 정강길  /  세계와 기독교 변혁연구소  연구실장

 

대부분의 보수 근본주의 신앙인들에게는 뿌리 깊은 잘못된 고정관념이 있다.

워낙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라서 흔히 곧잘 나오는 생각들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깊고도 올곧은 고찰을 한국교회 현장에서는 매우 찾아보기가 힘든 현실이다.

 

흔히 성서를 하나님 말씀과 동일시함으로써 성서를 우상화하는 잘못을 범한다.

성서는 하나님의 구원사건을 인간의 언어로 기록한 책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언어부분은 당연히 그 당시의 시대적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럼으로써 당연히 성서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말하면, 성서 자체가 하나님의 말씀은 아니며, 단지 하나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일 성서=하나님 말씀으로 볼 경우, 성서의 수많은 오류와 모순들에 대해선 이에 대한 온전한 설명들이 필요하다.

 

감히 말하지만, 성경에서 오류들을 찾아내는 것은 정말 ‘식은 죽 먹기’보다도 더 쉽다. 신구약 구절들을  봐도 그러한 오류의 사례들이 한 둘이 아님을 알 것이다.

예컨대 전도서 기자는 남녀를 비교하면서 "해답을 찾는 남자는 천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하지만 여자들 가운데는 하나도 없다"(전 7:28)라고 말하고 있다. 명백하게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보고 있는 성차별적 구절이다. 버젓이 하나님의 말씀인 양 담겨 있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혼란스럽게 한다. 이런 성차별적인 성경구절들은 성경 곳곳에 참 많다.

그럴 경우, 성경이 완전무오하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성차별적 인식과 태도는 매우 성경적이고 자연스러울 것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예장 합동측 목사의 기저귀 발언이 그저 나온 얘기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물론 성경에는 여성에 대한 오류 사례만 있지 않다.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꺼내야 할지 모를 지경일 정도로 말이다.

성경에는 불일치의 사례들도 허다하다. 


 창세기 1장과 창세기 2장 4절 이하에 나오는 두 가지 창조이야기를 보면 서로 창조순서가 모순된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례 중 하나다.
노아홍수의 기사도 두 번 반복되는데, 창세기 6장 19절에는 모든 짐승들이 암수 한 쌍씩 방주에 들어가지만, 7장 2절에 보면 정결한 짐승은 암수 일곱 쌍씩, 부정한 짐승은 암수 두 쌍씩, 공중의 새는 암수 일곱 쌍씩 방주에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 장단이 옳은 것인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나타난 예수의 족보는 서로 일치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널리 알려진 성경의 불일치 사례에 속한다.

놀랍게도 성경에는 하나님이 사탄과 동일한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사무엘하 24장 1절을 보면 주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진노하셔서 백성들을 치시려고 다윗을 부추기셨다고 나오는데, 역대기상 21장 1절을 보면 놀랍게도 똑같은 구절인데 거기에는 사탄이 이스라엘을 치려고 다윗을 부추겼다고 나온다.
도대체 누가 시킨 것인가? 하나님이냐? 사탄이냐?
 때에 따라서 성경은 하나님을 사탄으로 살짝 둔갑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어떤 것은 성경을 쓴 기자가 착각해서 잘못 인용한 구절들도 있다. 


 마태복음 27장 9절에서 성서기자는 예언자 스가랴가 11장에서 한 말을 예레미야가 한 말이라고 잘못 착각하고 있다. 아무래도 마태복음을 쓴 성서기자는 예레미아 32장 6-9절의 내용과 잠시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마태복음 기자가 인용한 구약성경의 그 구절만큼은 예레미아의 것이 아닌 스가랴의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성경은 생물학적 사실마저 왜곡하기도 하는데, 곤충 다리가 네 개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레위기 11장 20-23절). 하나님 혹은 레위기 기자가 곤충 다리를 잘못 세어 본 것인가? 이처럼 성경에 나타난 시시콜콜한 오류와 불일치의 사례들까지 죄다 따진다면 부지기수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쓰인 하찮은 토씨하나까지도 어떨 땐 매우 중요하게 보잖은가.

 

하지만 보수 기독교인들은 성서무오설에 따른 축자영감을 내세움으로써 성서의 수많은 오류와 모순들에 대해선 눈을 감는다.

혹은 핀트가 어긋난 원본무오설을 내세우기도 하는 어이없음도 연출한다.

 

혹자는 그런 것들은 성서의 오류와 모순이 아니라 관점의 차이들일뿐이라고도 말하는데, 물론 당연히 그러한 관점의 차이도 있겠지만, 내가 지금 여기서 말하는 성서의 오류와 모순들은 서로 양립가능한 관점의 차이들이 아니라 양립불가능한 차이들을 말한 것이다.

 

게다가 성서가 무오하다는 축자영감설의 근거로서 디모데후서 3장16절을 내세우는 자들은 이 얼마나 코미디짓인가.

 

'모든 성경말씀은 하나님께서 감동을 주셔서 기록되었기 때문에 진리를 기르쳐 주며, 삶가운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게 해줍니다.  또한  그  잘못을 바르게 잡아 주고 의롭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도대체 자기주장의 근거를 자기 주장 안에다 두는 자들이 어디 있는가.

 

분명히 말하지만, <성서무오설>이야말로 신앙을 빙자한 무지로 안내하는 <사탄의 교설>뿐이다.

 

오히려 성서는 오류의 발견에 의해서 계시로 나아가는 길을 획득한다.

 즉, 성서무오설이 아닌 성서오류설로의 적극적인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성서오류설이야말로 무오류의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도하는 기회라는 점을 더욱 성찰할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해서, 성서와 하나님의 말씀은 ‘=’이 아니다.

성서의 오류란 하나님의 말씀이 수행하고 있는 십자가일 뿐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그저 깨달은 만큼 세계 안에 보여질 따름이다.

 

              

            솔직하고 건강한 합리성에 기반한 기독교를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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