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법안 프랑스 하원 통과..반환시기는 미정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에 청신호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 뉴질랜드가 마오리족 전사(戰士)의 머리 미라 16개를 마침내 프랑스로부터 돌려받게 됐다.
프랑스 하원은 4일 오후 (현지시간) 전체회의에서 마오리족 전사의 머리 미라 반환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37, 반대 8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프랑스가 자국 내의 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특정 범주의 모든 소장품을 원소유국으로 돌려주기 위해 법안을 제정해 의회에서 통과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6월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머리 미라 반환 법안이 이날 하원을 통과함에 따라 프랑스의 의회 승인 절차는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수년째 계속돼 온 뉴질랜드와 프랑스 사이의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논란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됐다.
프랑스 정부는 뉴질랜드 정부와 후속 협상에 나서 반환 시기 등 구체적인 절차를 조율한 뒤 케브랑리 박물관과 루앙 박물관 등에 분산 보관돼 있는 16개의 머리 미라를 뉴질랜드로 반환할 방침이다.
이들 머리 미라가 언제 뉴질랜드로 반환될 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머리 미라의 반환절차가 본격화되면 프랑스가 조선말기인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협상에도 청신호가 켜져 구체적인 해법 도출을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는 16개의 마오리족 머리 미라를 분산 소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8개는 파리의 케브랑리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법안의 제안자인 카트린 모랭-데자이유 상원의원은 이날 "하원의 법안 가결은 프랑스가 인권국가로서 도덕적 책임감을 다했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머리 미라의 반환 책임을 맡고 있는 뉴질랜드의 피타 샤플스 문화 장관은 "머리 미라의 반환은 마오리족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면서 "마오리족은 조상들이 고향으로 돌아옴으로써 그들의 권위가 회복되고 이제 조상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게 됐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프레데릭 미테랑 프랑스 문화부장관은 지난해 상원에서 "정부는 윤리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법안의 취지에 전적으로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의 서두에는 "유럽과 미국 박물관에 아직도 흩어져 있는 마오리족 전사의 머리 미라는 제국주의의 최악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적혀 있다.
루앙박물관 소재지인 루앙시는 지난 2007년 머리 미라가 예술품이 아닌, 신체의 일부인 만큼 프랑스의 생명윤리법에 따라 본국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환결정을 내렸으나 당시 문화부와 행정법원의 제동에 걸려 무산되는 등 진통을 겪었었다.
< 뉴스의 새 시대, 연합뉴스 Live >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