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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1 11:15

prize g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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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 전 저희 아이들 학교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prize giving이었는데 아이들이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저도 가서 뭐할까 하고 생각하고 갔습니다. 식이 시작되고 학생들에게 상을 주고 중간중간에 축하음악이 연주되었습니다.

 상을 타는 학생들 이름이 불리고 한 명씩 나가서 상을 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11학년, 12학년, 13학년 차례대로 나가서 자랑스러운 얼굴로 상을 탔습니다. 그 중에 한국 학생들 이름도 불렸습니다.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저 아이들 부모님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는 정도였습니다. 저 아이들 정말 대단하다. 영어로 공부하는데 저렇게 잘 하다니 이런 말초적인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생각들이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고국을 떠나와 사는 일이 힘들고 고달플 텐데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시간 관리하는 것을 도와주는 부모님들이 여전히 대단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보다는 놀 수 있는 환경이 더 지배적인 토양에서 그 유혹들을 물리치고 공부하고 자신의 재능을 살리는 데 전심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저의 가슴을 더 뛰게 하는 것은 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웃는 얼굴 뒤에 나타나는 그들의 앙다문 꿈, 그리고 뒤이어 떠 오르는 것은 그 아이들이 그 꿈을 이루는데 우리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그 꿈을 이루어 나가는 중간에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때로는 며칠 전 받았던 그 격려의 박수들, 축하의 박수들은 까맣게 잊고 그만 두고 싶은 때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 때 우리가 그들의 부모들이 아니더라도 그들에게 함께 힘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얻었던 성취를 질시하지 말고 남의 일 구경하듯 하지 말고 우리 한국의 꿈을 이루어 나가는  그들에게 부모의 심정으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공부할 때는 혼자였지만 그들의 이름으로 한국 사람들이 함께 영광을 누리고 가슴 뻐근해졌으니까요.

 그러다 가슴 한편이 아려왔습니다. 지금 저 아이들이 저 위에서 자랑스러운 얼굴로 서서 맘껏 축하를 받고 있을 때, 해밀턴 어느 거리에서 말 못할 고민으로 방황하고 있거나 가족과 떨어져 이 머나먼 나라까지 와 비싼 등록금 내며 학교 다니고 있어  공부해야 하는 건 알고 있는데 맘처럼 되지는 않아 또 방황하고 어딘가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공부잘하고 있는데 쟤는 왜 그걸 못하고 저러고 있나 하는 생각을 했던, 짧은 소견을 가진 제가 미웠습니다. 정말 우리가 부모의 심정으로 보듬고 마음으로 돌봐줘야 할 아이들은 그 아이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었습니다. 좁은 바닥 해밀턴에서 우리가 그 아이들을 진심으로 보살피고, 그냥 지나치는 말이 아니라 진정이 담긴 말을 그 아이들에게 건넨다면 그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나지 않을까? 그 아이들이 갖는 소외감, 허탈감이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그들도 함께 꿈꾸고 그들의 숨어 있는 열정을 끄집어 내어 마침내 그들의 꿈을 이루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2010년 11월 11일에

김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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