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와이카토 병원에서 부름을 받고 내심 긴장한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날씨는 겨울이라서 인지 뉴질랜드만의 추위를 잘 느끼게 해 주는 비와 바람이었죠.
이곳 해밀턴은 오클랜드에 비해 2도 정도 낮은 날씨이지만 맑은 겨울의 청명한 공기는 절대 다른 도시와 비교 할 수 없을 겁니다.
와이카토 병원이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병원이며 가장 넓은 지역을 담당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것이지만 한번 들어갈때 마다 한번씩은 꼭 길을 잃고 헤맨답니다.
특히 주차 후에 주차장의 넘버와 엘리베이터 색깔을 기억 해 두지 않으면 더더욱 헤매게 되죠. 그럴 땐 늘 하는 방법이 제 차의 열쇠 꾸러미 버튼을 눌러 차를 찾는 것입니다.
한번은 멀리 있는 환자를 이송하러 가는 헬리곱터를 구경하다가 주차장의 층수를 잊은 적이 있었죠.
여하튼 긴장을 하고 병원에 들어서고 간호사를 만나 담당의가 오기를 기다리는 순간 이었습니다.
주소와 이름 전화번호 등의 간단한 질의 응답을 마치고 간호사는 대뜸 이럽니다.
"오늘 간단히 수술하고 나가면 괜찮을 거야" 할머니 간호사께서는 당연히 내가 오늘의 수술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 합니다.
올것이 왔구나 하는 걱정이 앞서며 사람들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되 씹어 보았습니다. 마침 인간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질병이라서 굳이 돌려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치질 입니다. 몇십년을 고생시킨 그 녀석을 오늘부로 마감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기쁨 보다는 겪어보지 않은 치질 수술의 아픔이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전달된 이야기로 먼저 겁을 먹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먼저 주사를 놓을 건데" "주사 두개가 준비 되어 있어, 처음 첫번째 주사는 상당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있을 테지만 2초나 3초후에 고통이 사라질 테니까 괜찮아"
할머니 간호사는 의심없는 사실을 환자인 내게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수술을 해 본 내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 인데, 진짜로 2초나 3초만 참으면 괜찮다고 하데, 주사중에서 제일 아프다고들 하는데 2,3초는 금방 지나가..."
너무도 솔직한 간호사님은 내게 미리 겁을 주는 것이 아니라 2,3초만 버티면 괜찮다고 설명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 이야기가 더욱 솔직 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주사는 더 아프다네!!!! "
슬며시 웃으며 뒤통수를 보이며 나가는 할머니의 어깨 너머 병원 문은 그냥 문으로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10여분이 지난 후에 담당의가 주사기 다섯개를 가지고 들어오는 순간 더 이상의 말 대신 주사기로 답할 의사의 인사가 너무도 싫었죠.
하지만 그날 저는 수술을 하지 않았답니다. 잘 관리 한 덕택에.
하마터면 주사기 두개의 아픔을 실감할 뻔 한 순간 이었습니다.
와이카토 병원의 간호사는 너무도 솔직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