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완연한 봄입니다. 가끔 쌀쌀한 날씨를 보이기도 하지만 꽃도 피고 키위분들이 반팔 반바지를 입고서 돌아다니시는 것을 보면 ‘진짜 겨울이 갔구나’라고 느껴집니다. 봄은 따스하고 포근한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봄이라고 하면 알래스카에서 아기 곰이 들판에서 뛰어놀다가 강에 가서 연어를 잡으려고 발버둥 치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소설이나 문학에 묘사되는 봄을 보면 주로 생명이 태어나고 날씨가 포근하여 야외로 나가는 장면으로 나옵니다.
한의학에서는 목의 기운을 봄에 비유를 합니다. 나무 ‘목’은 죽은 나무가 아닌 살아있는 나무, 새싹을 상징하는 기운으로 목은 생명력과 진취성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사고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서 살펴보면, 생기 있는 기운은 해가 떠오름을 상징하여 해가 떠오르는 방위인 동쪽이 목에 해당하고, 새싹의 싱그러운 색깔 때문에 목은 청색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진취적이고 나아갈려는 기운의 모습 때문에 ‘장군지관(將軍之官), 모려출언(謀慮出焉)‘이라 하여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목을 간에 비유하였습니다. 이렇게 생명력을 주장하는 기운 때문인지 간염, 간경화, 간암에 걸렸을 적에도 특별한 징후가 없다가 갑자기 와서(발병되어) 건강검진중에 발견이 되기도 하고, 간은 절반만 있어도 어느 정도까지 재생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뉴질랜드에 봄이 오면 한국에서는 발병률이 낮은 hay fever(건초열)가 기성을 부립니다. 공기도 깨끗하고 공장도 적어서 오염물질도 적은 이곳에 알러지의 일종인 hay fever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이곳에 많은 잔디 때문입니다. TV에 나오는 Hay fever 약 광고에는 말린 건초를 몸에 뿌리면서 이약을 먹으면 알러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합니다. Hay fever에 쓰이는 약은 대부분이 히스타민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 계열로서 알러지성 비염과 결막염에 쓰이는 약으로, 복용 후에는 무기력감과 오심, 구토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지만, 딱히 이것을 대체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한 알씩 항히스타민제 제를 봉용하게 됩니다. 히스타민은 외부의 자극에 대해 적극적으로 우리 몸이 대처 하고자 분비하는 물질로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지만 hay fever같이 외부적 자극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여 도리어 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러한 알러지성 질환은 계절이 바뀌는 때에 몸이 적응을 하고자 대처하는 것으로 보고서 한의학에서는 계절에 몸이 잘 적응이 될 수 있도록 처방을 내립니다. 봄에는 간을 다스리는 처방을 가을에는 폐를 다스리는 처방을 내리게 됩니다. 몸이 그 계절에 적응이 잘 되지 않는 것은 몸 안의 기운과 바깥의 기운이 균형을 이루지 않아 예민해 진 것으로 보게 되어 오행과 장부의 관계를 따져 처방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한 처방이지만, 우리의 인체와 계절과의 관계를 깊이 관찰하여 만들어진 처방입니다. 물론 완벽하게 치료가 되기는 어렵기는 합니다. 하지만 계속적인 치료로 통해서 콧물과 코막힘 등의 증세들이 약화됩니다.
일례로 저는 한의학을 공부하기 전에 의학적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hay fever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저녁이면 숨을 쉬기가 불편하고 눈의 흰자위가 부풀어 오르고 입천장이 미치도록 가렵고 끝없이 흘러나오는 콧물에, ‘아 이제 다 살았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심할 때에는 병원에 가서 약물을 호흡기를 통해 흡입하는 것으로 처방을 받기도 하였고요. 그러다가 우연히 교민 중 한분이 hay fever라고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면 괜찮다고 해서 이후로 봄이면 항상 달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사암침을 공부하며 월오선생님께서 주신 처방으로 1년간 치료한 결과 지금은 항히스타민을 먹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하고 가끔 불편할 때에는 침을 놓으면 바로 괜찮아 집니다.
자신이 꽃가루에 반응을 하는지, 먼지에 반응을 하는지 아시는 것이 알러지 치료의 우선순위 입니다.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자주 집안을 청소하고, 야외에 갔다가 오셨을 때에는 식염수로 콧속을 세척하셔서 이물질과 분비물을 제거하면 한결 숨쉬기는 편하실 겁니다. 날씨좋은 봄날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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