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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바람

 

“십일조 헌금을 내지 않으면 교인 자격을 정지한다.”는 규정을 만들겠다는 교단이 있어 세간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십일조를 비롯한 헌금문제에 대해 교우님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1. 십일조 헌금과 교인의 자격 문제에 대하여

얼마전  “1만여 교회가 소속된 한국 최대 개신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예장 합동총회ㆍ총회장 정준모 목사)가 소득의 10%를 헌금으로 내는 '십일조'를 하지 않는 교인에 대해 자격 정지를 추진해 빈축을 사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보도된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인용하면 “교인 자격 정지는 교회 출석을 막는 건 아니고 장로, 권사 등 교회 내 선출직에 대한 선거권, 피선거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교인 가운데 30% 정도만 십일조를 헌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였습니다.


이 교단에서 사회의 비웃음을 감수하면서까지 십일조를 의무화하려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70~80년대에 비약적인 팽창으로 덩치를 키운 한국 교회가 1990년대 이후 양적 팽창(‘성장’이 아니라 ‘팽창’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이 정체되자 재정적인 궁핍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으로 ‘십일조 사수’를 들고 나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한국 교회에서 십일조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여전히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규율’처럼 간주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십일조가 정말로 오늘날 교인들이 반드시 교회에 납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의무사항’일까요?


십일조 헌금은 개신교 태동 이전부터 그리스도 교회들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고, 교회의 권력화를 가능하게 했으며, 급기야 교회를 부패하게 만든 주요 자금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한국 교회, 특히 일부 대형교회에서는 교회의 재정을 살찌우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초대형 건물 짓기 경쟁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십일조 헌금에서 나오는 막대한 수입이 기본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십일조 헌금을 교회수입의 기본으로 삼는 풍토는 기독교의 본고장인 서구 교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습니다. 국가와 교회의 역할이 분리된 현대사회에서는 이치에 맞지 않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2. ‘십일조’는 제정일치 사회의 ‘세금’으로, 오늘날 교회에 납부하는 ‘헌금’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개신교 목회자의 대부분은 성서의 기록에 의거하여 “십일조 헌금은 교인의 의무사항”이라고 강변합니다. 심지어 “십일조를 내지 않는 교인은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는 사람”이라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참에 개신교 헌금의 기본처럼 되어있는 ‘십일조’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구약성서에는 “십일조를 드려야 한다.”는 내용이 수없이 반복되어 나타납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십일조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인용하는 구약성서의 내용은 아마도 말라기에 나오는 다음 본문일 것입니다.


“너희는 나를 속이면서도, '사람이 하느님을 속이다니요? 어떻게 하느님을 속이겠습니까?' 하는구나. 소출에서 열의 하나를 바친다고 하면서도, 그대로 바치지 않으니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니냐? 이 천벌받을 것들아, 너희 백성은 모두 나를 속이고 있다. 너희는 열의 하나를 바칠 때, 조금도 덜지 말고 성전 곳간에 가져다 넣어 내 집 양식으로 쓰게 하여라. 그렇게 바치고 나서 내가 하늘 창고의 문을 열고 갚아주는지 갚아주지 않는지 두고 보아라. 만군의 야훼가 말한다.” (말라기 3:8~10, 공동번역)


이 본문이 기록된 시대와 사회 배경을 무시하고 문자 그대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읽으면 “십일조를 내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 하는 것”이라는 논리가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성서시대의 이스라엘은 제정일치 사회였으며, 십일조는 ‘헌금’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이라면 누구나 나라에 내야하는 ‘세금’이었다는 점입니다. ‘십일조’라는 말 자체가 ‘십분의 일 세금’이라는 뜻입니다.


세금을 10%로 정한 것은 이스라엘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시행한 보편적 제도였습니다. 예수님 당시의 로마제국도 속주민에게 10%의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직접세는 소득별로 세분화되어 있지만, 우리가 물건을 사거나 자동차 연료를 넣고 카드로 결제할 때 10%의 부가가치세가 포함됩니다.


당시 제정일치 사회였던 이스라엘에서 직접세로 ‘십분의 일’을 책정한 것은 공동체 유지를 위한 합리적인 세금이었습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소득의 10%씩을 모아 공동체 운영과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의 공공복리를 위해 사용하면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세금징수의 보편적 취지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세금을 탈세하는 것은 공동체에 속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도 감당하지 않는 범죄로 인식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정당한 절세가 아니라 수입이나 지출을 속이는 탈세는 범죄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위의 말라기 본문에서 “소출에서 열의 하나를 바친다고 하면서도, 그대로 바치지 않으니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니냐?”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이처럼 십일조가 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기본세금으로 드려지던 신정국가 이스라엘에서 탈세에 대해 책망하는 말씀이기에, 오늘날 이 본문에 의거하여 설교한다면 ‘헌금’이 아니라 나라에 마땅히 내야 하는 ‘세금’을 정직하게 내라고 설교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어떤 조직체건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운영비가 필요합니다. 교회 역시 아무리 영성을 추구하는 특수공동체라 하더라도, 교회 건물을 비롯하여 직원들의 임금 등 현실사회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운영비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운영비를 요청할 때는, 효력이 상실된 ‘십일조’가 아니라 교회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합리적으로 세운 다음, 교인들의 동의를 얻어 회비나 후원비의 명목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셨다는 성서 본문을 근거로, 십일조가 신약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목회자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다음은 해당 본문입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아, 너희 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박하와 회향과 근채에 대해서는 십분의 일을 바치라는 율법을 지키면서 정의와 자비와 신의 같은 아주 중요한 율법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십분의 일세를 바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만 정의와 자비와 신의도 실천해야 하지 않겠느냐?” (마태복음 23:23, 공동번역)


위의 본문에 “십분의 일세를 바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만”이라는 구절이 등장하기에, 또한 이 구절이 복음서에 기록되었을 뿐 아니라 예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으로 기록되어 있기에, 지금도 십일조를 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개역성경에는 ‘십일조’로 번역되어 있는 위의 본문을 공동번역성서에서는 ‘십분의 일세’로 번역한 데서도 나타나듯이, 본문의 예수님은 ‘사회구성원으로서 공동체 유지를 위해 세금을 내는 것’과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이 사는 삶’의 조화와 실천을 촉구하신 것이지, 오늘날 교회에서 요구하는 ‘십일조 헌금’을 긍정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이처럼 십일조는 헌금이 아니라 세금이기에, 오늘날 교회 헌금에 ‘십일조’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모든 조직체에는 운영자금이 필요합니다. 교회 역시 사회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교회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구제와 사회사업 등의 일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하고 그 자금은 구성원이 부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일들을 위해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헌금에 참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기준이 반드시 십일조가 되어야 한다든지, 십일조를 ‘하나님의 것’이라든지, ‘안내면 도둑질하는 것’이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로 십일조를 마치 하나님께 마땅히 바쳐야 하는 세금인 것처럼 의무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회는 십일조와 자발적으로 내는 헌금 이외에는 어떤 헌금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저는 “교회는 십일조를 포함하여 어떤 헌금도 강요해서는 안 되며, 모든 헌금은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십일조’라는 말 자체를 이제는 교회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나라에 세금을 내는 현대인들이 교회에도 소득의 10%를 또 내는 것이 적절한가 여부를 떠나서, 굳이 이 용어를 사용하려면 ‘십분의 일 헌금’ 또는 ‘10% 헌금’이라고 표현해야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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