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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남침 63주년

 

                                                                                     산들바람

 

지난 화요일 25일은  '육이오'남침이 발발한지 63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50대 이상의 장노년층 분들은 ‘한국전쟁’이라는 말보다 ‘육이오’라는 말이 더 익숙할 것 같습니다. '육이오'는 외국에서 들어온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양대 세력의 이념에 휘말려 250만이 넘는 백성이 희생된 어처구니없고 슬픈 전쟁이었습니다.

 

엄청난 재앙의 대가로 얻은 것이라고는 양쪽 모두 패자가 되어 반도 전체를 폐허로 남긴 것뿐이었습니다. 하여 오늘은 다시는 한반도에서 그런 어리석은 전쟁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우님들과 함께 예수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전쟁과 평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얼마 전 미국이 한국전쟁 때 전사한 미군의 유해발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제작한 TV 다큐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자국민을 끝까지 보호(?)하는 그런 미국의 정신이 있기에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조국에 충성하는 수많은 미군들이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는 해설자의 설명을 들으며 착잡한 마음에 사로잡혔습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도 한국전쟁 때 전사한 국군의 유해를 발굴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지금도 유해발굴은 계속 되고 있으며 가끔 방송을 통해 그 업적(?)이 보도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호전적인 국가들일수록 유해발굴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며, 그것이 어떤 의도와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이념과 조직의 폭력에 희생된 가엾은 개인의 존엄성이 그 뼈를 국가가 관리하는 성지(?)로 옮긴다하여 회복될 수 있는 것일까요?

 

전사자의 유해를 국립묘지에 옮겨놓으면 사자의 명예가 회복된다고 생각하는 건 단지 살아있는 자의 자기위로가 아닐까요?

 

어쩌면 그것은 국가조직과 그 수뇌부들이 자신들의 전쟁행위를 정당화하고 계속 이어갈 명분을 만들어내기 위해 벌이는 의식행위가 아닐까요?

 

동기야 어쨌건 이미 자연의 품에 안긴 사람을 다시 파헤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살과 뼈와 피와 힘줄과 장기,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이루어 사람으로 살게 하는 정신이지 단지 뼈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유해발굴보다는 다시는 그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쟁예방에 힘쓰며 유족을 돕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유해발굴에 집착하는 나라들일수록 전쟁 당시 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호전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그들은 ‘다시는 그런 비극을 겪지 않기 위해’ 국방비에 정부예산을 쏟아 붓습니다.

 

그리고 그런 호전적인 나라와 이웃하는 나라 역시 ‘국가방어와 생존을 위해’ 백성들의 땀과 눈물로 조성된 예산을 무기증강에 투입합니다.

 

 

며칠 전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해 현재 보유한 핵무기의 3분의 1을 감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가 갖고 있는 핵탄두는 3월1일 기준으로 러시아 1480기, 미국은 1654기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러시아 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외면 받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핵감축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보도된 그날, 우리나라가 사거리 500㎞에 이르는 장거리 공대지 순항 미사일 ‘타우루스’의 도입을 확정했다는 소식도 함께 보도되었습니다.

 

군에 의하면, F-15K 전투기에 최대 2발을 장착할 수 있으며, 최대 사거리가 500㎞로 부산에서 발사해 평양까지 타격할 수 있는 이 미사일의 가격은 대당 20억원 가량이며 모두 170여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핵무장을 비판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강조하는 미국의 기간산업은 지금 이 시간에도 엄청난 살인무기들을 생산해내고 있으며, 그것들이 적절히 소비되지 않으면 국가경제가 큰 위기에 처하는 산업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여 지구마을 어디에선가 전쟁이 벌어지거나 긴장상태가 이어져 적정량의 첨단무기가 판매되고 소비되어야 국가경제가 유지되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하지만 그런 미국을 ‘천사의 나라’라고 생각하며 무한 신뢰를 보내는 분들이 한국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 복음주의를 자처하는 한국의 대형교회 지도자들 가운데 미국을 흠모하며 찬양하는 목회자들이 매우 많습니다.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과는 너무나도 멀어진 오늘의 한국 주류교회들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한국전쟁 63주년을 맞아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것은, 전쟁은 사람을 짐승으로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한국인들의 대부분은 스스로를 전쟁의 피해자로만 인식하지만 우리가 가해자로서 저지른 끔찍한 일도 있습니다.

월남에 파병되었던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학살 사건은 전쟁이라는 괴물은 나라와 민족을 막론하고 당사자들을 예외 없이 짐승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그러므로 전쟁은 그 자체로 악입니다.

 

 

혹 교우님께서 다니시는 교회에서 호전적인 설교를 하는 목회자가 있다면 그에게 엄중 항의하고 제동을 걸어주십시오.

 

 그리고 우리나라가 항구적인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또한 남과 북이 당장 군비경쟁을 중지하고, 군인 수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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