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여러분께
모두들 잘 계시지요?
날씨가 하도 변덕이 심해서 오늘은 또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군요. 변덕스런 일기에 건강 조심들 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직업에 관한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마틴 셀리그만 지음, 김인자 옮김 '긍정심리학 - 마틴 셀리그만의' 라는 책에 보면 이렇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생업과 전문직, 그리고 천직... '직업 정체성'의 세가지 종류입니다.
'생업'은 뜻 그대로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을 의미합니다. 그 사람에게 직업은 가족을 먹이고 여가를 즐기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요. 자신의 직업을 통해 다른 '보상'을 얻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만약 급여를 받지 못하게면 당연히 일을 그만둡니다.
'전문직'은 직업에 개인적인 투자를 많이 하고 돈이나 출세로 성공 여부를 평가합니다.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승진하거나 부장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꿈꿉니다. 그러나 더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을 때 상실감과 소외감이 밀려오고, 그때부터 만족과 의미를 얻을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 나선다고 합니다.
'천직'은 일 자체에 모든 열정을 쏟는 직업입니다. 설혹 부와 명예를 얻지 않아도 그 일을 하는 것 자체로 자기를 실현하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급여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일을 계속합니다.
저자는 "어떤 생업이든 천직이 될 수 있으며, 아무리 존귀한 직업이라도 생업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소득에만 관심을 쏟는 의사의 직업은 천직이 아니며,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부의 직업은 천직인 겁니다.
저자가 소개한 코테스빌 병원에 근무하는 한 청소부. 그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의 병실에서 환자용 변기를 치운뒤 벽에 걸린 액자를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며칠 전에도 그랬습니다. 그는 그림을 내리고 달력을 걸었다가, 다시 모네의 다른 그림을 걸었습니다.
"무엇을 하는 분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그 청소부는 이렇게 답했지요.
"제 직업이요? 저는 이 층을 담당하고 있는 청소부입니다. 매주 새로운 그림과 사진들을 가져오지요. 저는 이 층에 있는 모든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선생님 친구분은 병원에 온 뒤로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시지만, 의식이 돌아오는 순간 이 아름다운 그림들을 볼 거라고 믿습니다."
많은 교민들이 자신이 고국에서 해오던 일들과는 무관하게 '생업'을 위해 일하고 있지요. 하지만 지금의 일을 '천직'으로 만들며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은 위로받고 행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시던지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만들며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그러기에 그 일이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시는 여러분을 존경합니다.
한 상 익 Han, Sang-Ick
와이카토 대한민국 교민회 Waikato Korean Assoc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