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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라이프 이민 목회이야기(4) "외로운 이에게 예수님처럼 친구가 되어야" 한명수 목사 (해밀턴 장로교회 담임)


 파트타임으로 주중에 우리교회 교우의 쿠키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쇼핑몰에 있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사람들을 무심코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또 손님이 커피와 과자를 선택할 때 망설이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여유로움도 있다. 얼핏 보면 다 백인들이라 대부분 뉴질랜드 사람이거나 영국에서 온 사람 같지만 주문할 때 그들의 억양들이 익숙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난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물어본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곳까지 와서 살고 있는 그들은 이국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 중엔 영어가 제2외국어인 남미나 독일에서 온 사람들도 있다. 중국인들과 일본인들도 볼 수 있다.


 가끔 한국인들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볼 수 있지만 같은 민족임에도 오히려 만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꺼려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일부러 얼굴을 다른 곳으로 향하며 가는 사람도 종종 본다. 이런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손님에게도 간단한 영어로 필요한 것을 묻는 것이 내게도 편할 때가 있다. 어느 날 아이 둘을 데리고 젊은 주부가 가게 쪽으로 오고 있었다. 백인인 남편은 그 중 한 아이를 데리고 다른 가게를 둘러보느라 먼저 지나갔다. 그 주부는 멀리서 봐도 한국 사람임을 직감했지만 영어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으니 커피와 과자를 주문했다. 커피 원액을 내리는 잠깐의 시간에 자연스럽게 한국 사람임을 서로 확인하고 대화를 하게 됐다.


 처음 본 젊은 주부였기에 “해밀턴에 산지 얼마나 되셨냐?”고 물었더니 "10년 정도 살고 있다."고 답했다. 난 “혹시 알고 지내는 한국 분이 좀 계시냐?”고 재차 물으니 그 젊은 엄마는 외로움이 가득 담긴 말과 표정으로 "교회를 다니지 않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자신은 종교가 없고, 그래서 교회에 가지 않으니까 아무도 자기를 상대해 주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누가 종교가 다른 나와 교제하겠냐?"는 것이다.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한국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 자매는 한국 사람을 꺼려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만나고 싶고, 교제하고 싶은데 신앙생활을 하지 않으니 이웃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움이 가득 담긴 그 자매의 모습과 말이 내 맘속에 지금도 계속 남아 있다. 순간의 기회를 놓쳐버려 연락처를 물어보지 못해 쓸쓸히 걸어가는 그 자매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처럼 "기독교인이 아니면 친구가 되어 줄 수 없단 말인가?"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럴 확률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예수 믿고 산다는 다는 것은 뭔가? "단지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는 그들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없는가?"


 한창 자라고 있는 아이 둘로부터 부대끼겠지만 응석 부릴 친정어머니도 언니나 동생도 뉴질랜드엔 없을 것이다. 물론 남편이 친절하고 헌신적이겠지만 얼마나 언어와 문화적 환경이 소통되는지 모르겠지만 쓸쓸해 보이는 것만은 분명하다. 혹시 가게에 다시 온다면 환한 웃음으로 그분을 맞을 것이고, "밥 한 번 먹자."고 정중히 초대해서, 아내와 딸들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당신의 친구가 되어 주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아무런 이유와 조건 없이 예수님은 가난하고 병들고 힘없고 살아갈 내일의 소망이 없는 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다. 다윗은 사울의 아들 요나단과 미묘한 상황이고 가장 적대적인 관계일 수 있지만 피보다 더 진한 우정을 서로에게 보여줬다. 망명길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뜨거운 눈물로 이별을 나눴다. 생명을 위협받는 가장 힘든 상황에서 요나단은 다윗을 자신의 생명처럼 사랑했다. 다윗에겐 요나단이 있었고 요나단은 다윗으로 인해 기꺼이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은혜를 찾아 길을 떠나다'의 저자 필립 얀시는 인도 뭄바이에서 겪은 테러를 피하고 여러 위험한 상황 중에 있는 이들을 인터뷰한 것들을 되돌아보며 그의 책 서문에서 "하나님이 무슨 소용인가? 박해당하고 있는 시골 농부에게, 캠퍼스 총기난사 사건의 충격에서 회복중인 학생에게, 수년간 성매매를 하며 사실상 노예로 살아온 여인에게, 신앙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이 무슨 소용인가?”에 답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자 책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예수님처럼 은혜의 길을 찾아 나서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 줘야 하지 않을까? 베데스다 연못가에서 병 낫기를 기다렸던 환자에게 예수님은 “네가 낫고자 하느냐” 말씀하시자 그 환자는“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요한복음5장)"라고 했다.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이 많다. 생명처럼 우정을 나눌 친구를 만나고 싶고, 누군가의 위로에 힘입어 또 다른 그 누군가에게 친구가 되어 주고 싶다. 함석헌 선생의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라는 시가 있다. 내가 기대하는 그런 모습을 누군가도 내게 기대하고 있지 않겠는가? 지금도 많은 이들의 맘과 눈에 이슬을 맺히게 하는 "만약 내가 외로울 때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여러분"으로 끝나는 노래가 있다. 외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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