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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천라이프 이민목회 이야기(6) "더 사랑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한명수 목사 (해밀턴 장로교회 담임)

 이민목회는 물론이고 단독 목회의 경험이 없던 삼십 대 중반에 난 해밀턴에 그것도 현지인 장로교회 내의 한인목회를 하게 됐다. 뉴질랜드로 오기 전 책을 통해 얻은 이민목회 정보는 '미국에서 목회하시는 목사님들 간엔 "임지에 부임할 때에 공항에 모시러 나오는 분이 그 목사님을 쫓아낸다."는 농담이 있다'고 봤다. 산 넘고 물 건너 온 것이 아닌 태평양을 지나 대륙을 옮긴 목회였기에 나로선 이런 사소한 내용들을 가볍게 넘기기가 어려웠다. 주변의 목회자들은 외국생활을 했거나 부임을 앞둔 교회를 먼저 답사를 와서 교회 리더들도 만나보고 주변 환경도 살펴보고 안정감 있게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22개월 된 셋째를 포함해서 다섯 식구가 한 번도 와보지 않은 낯선 나라에 왔다. 워크비자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와 함께 교회가 빨리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 방문비자로 왔다. 당시 내겐 그럴만한 경제적 여유도 없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비자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짐을 배로 보낸 상태로 온 가족이 왔으니 “이보다 더 큰 믿음 있고 용기 있는 결정도 없었겠다.”는 맘이다.


 교인들 대부분은 준비된 이민이었기에 자기 소유의 주택도 있고 비자도 해결된 상태였다. 난 그들에 비해 나이도 어리고 영어도 서툴고 통장 잔고도 기본 정착을 위해 사용했더니 말 그대로 근근했다. 그들에 비쳐진 내 모습은 어땠을까? 긴 비행을 마치고 공항에 도착한 난 내 가방을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고 집까지 왔다. 그러나 환영 나온 분들과의 징크스는 아쉽게도 내게서 빗나가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 의학전문기자인 지나 콜라타(Gina Kolata)는 "살아남기 위해선 과거에 대한 더 나은 이해로 무장하라"고 했다. 힘겨웠던 과거의 일들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작은 지역에서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과거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했다. 왜 내게 허물이 없겠는가? 내 부덕으로 실망했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아쉬움은 많지만 온고지신해서 좋은 추억으로 함께 했던 분들과의 소중했던 기억을 간직하는 삶의 지혜를 갖게 된다.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기에도 짧은 우리네 삶 아닌가? 로마서 말씀엔 그리스도인의 생활법칙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했다. 누군가를 원망하며 원수 갚고자 한다면 더 많은 심적 고통을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받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복음 5:44)고 하셨다.


 교회 부임 후 서로 자기들 덕분에 내가 이 교회에 올 수 있었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처음엔 의아해했지만 돌이켜 보니 그들 덕분에 내가 왔구나 하는 맘이 든다. 공항 영접과 정착 등을 돕고 행사들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함께 기뻐했던 분도 있다. 성경공부를 통해 "목사님으로 인해 예수님을 알게 됐고, 자신의 삶이 달라졌다."고 고백한 분도 있다. 금식하며 버거움을 견디는 내게 힘내라는 분들, 사춘기를 에너지 넘치게 보내느라 어른들로부터 눈총을 받던 학생들이 수많은 풍선 등을 준비해서 "목사님, 사랑합니다. 힘내세요."라는 퍼포먼스도 보여줬으니 그들이 그냥 철부지들만은 아니었다. 전화선을 서재에 설치해 주기 위해 비좁고 후끈한 천정에 올라가서 못에 팔과 다리가 긁혀 피가 나면서도 "My Pleasure(나의 기쁨)"라며 웃음 짓고 돌아간 엘더도 있었다.


 전혀 생각지 않던 교회개척의 상황에서 나로 인해 정든 교회를 떠나 함께 울어준 분들을 난 잊을 수 없다. 영어 사역을 돕겠다며 자원해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내 설교를 졸음을 참으며 함께 하며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지도했던 키위 노부부도 계시다. 교회 간판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구해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작업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목회자 가족들은 교회의 사이즈가 작으면 작을수록 감당해야 할 부분이 크다. 내겐 세 명의 교육전도사와 핸디맨이 아닌 우먼이 있다. 다름 아닌 세 딸과 아내의 협력과 헌신은 말이 필요 없는 감사의 우선순위며, 함께 마음 아파하시며 계속적인 기도와 후원을 해주시는 목사님이 잊을 수 없이 고맙다. 불편함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교우들, 이단의 유혹 속에서도 목회자의 권면을 받아준 교우도 고맙다. 목회를 포기하지 말고 견뎌내라며 격려해주신 동역자도 잊을 수 없는 믿음의 동지다.


 다윗은 블레셋 지역에서의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아둘람 동굴로 은신처를 옮겼다. 겨우 목숨만을 부지했던 피난처가 처음엔 절대 절망이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망이 싹트기 시작한 성지와 같았다. 그곳엔 사울로부터 어려움을 당한 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들과 함께 한 다윗은 상처와 분노를 뛰어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미움과 분노의 과거를 청산하며 자칫 거칠 수밖에 없는 그들의 한 맺힌 강퍅함의 야성을 뛰어넘는 온유함과 포용력을 키우는 정제된 인물들로 자라기 시작했다. 김수영 시인은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라고 했다. 나의 이민목회 이야기는 내 목회와 삶을 성찰하면서 내가 더 사랑하지 못했음에 대한 참회적 성격의 글이다.


 다윗 같은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날 믿고 함께 하고 있는 분들이 있음에 감사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삶을 이어가며 새벽에 교회를 향할 때마다 하나님과 교우들을 생각하며 경건한 맘이 저절로 든다. 내게 맡겨진 부름의 사명을 놓지 않고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며 내 삶과 존재의 의미를 여기서 발견한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고마운 분들과 그 반대의 편에 있는 분들도 있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만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생각할 때 소중한 삶의 흔적들을 기억할 것이다.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빌립보서 3:13) 주님은 내게 “거기까지만 기뻐하고 감사하라"는 마음을 품게 하신다. 그리고 “끝까지” 그 은혜와 “부름의 상을 받을 때까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리란”(빌립보서 3:14) 결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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