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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jpg 큰 딸이 교생 실습 중 넘어지면서 오른 팔을 다친 적이 있다. 처음엔 깁스하고 며칠 고생하면 회복될 줄 알았는데 뼈가 붙지 않아 수술을 해야 했다. 일주일 후 경과를 보기 위해 둘째 딸도 병원을 함께 갔다. 침대에 누운 딸을 보면서 흉터가 적어야 할 텐데 하는 맘이 들었다. 간호사들이 깁스와 붕대를 풀면서 상처부위를 덮은 거즈가 희미하게 보였고 난 간호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의자에 앉게 됐다. 머리가 멍하고 마치 환각상태에서 조금씩 깨어난 것처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눈물이 가득한 둘째 아이를 보게 됐다. 치료받아야 할 큰 아이도 침대에서 울고 있었다.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간호사들은 연실 “괜찮냐? 얼굴이 창백하다"는 말과 함께 찬물을 가져다 줬다. 상처 주변을 두른 붕대에 베어 있는 붉은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충격을 받은 것일까?


 
 몸 상태도 그렇고 치료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의자에 앉아 곰곰이 내 삶의 마지막을 생각해봤다. "내가 이렇게 떠날 수 있겠구나?",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이 이렇겠구나?"하며 나의 빈자리로 인한 가족들의 슬픔을 헤아려볼 수 있었다. 둘째 딸은 연실 눈물을 흘리며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야 할 언니를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몸을 돌보라"는 잔소리를 연실 쏟아놓았다. "아빠 혼자 있으면 안 된다"며 그들의 보호를 받게 됐다. 심약한 모습과 혹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며 집에서 쉬고 있었다. 외출 후 돌아온 아내에게 딸들은 열심히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더니 아내로부터 들려온 말 "아빠 군대 갔다 왔대?" 역시 아내답다. 난 더 이상 엄살 아닌 엄살을 부릴 수 없었다.


 가족은 가장 밀접한 사랑의 관계면서 서로의 허물이 드러날 수 있다. 누구에게 상처를 가장 많이 주고 받을까? 가장 가깝고 믿었던 가족처럼 생각한 사람들일 것이다. 내 행태로 인한 실망은 말할 것도 없지만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없는 교회일로 마음 조리는 경우가 목회자의 가족에겐 있다. 탁월한 능력과 성과를 발휘했다면 좋겠지만 교인들의 불편한 맘들이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느껴지기 때문에 아내와 딸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곤 한다. 아이들의 눈물과 염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서 더 고맙기도 하고 미안했다. 사랑과 미움의 감정인 '애증'은 가깝게 교제했던 사람들에게서 일어난다. 불편한 사람과 교제가 단절되면 시원해 보일지 모르지만 떠나가고 남겨진 빈자리는 남아있는 사람에겐 상처로 채워진다.


 이민자들은 활동의 폭이 제한되고 이해가 비슷해서 애증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교회의 선택도 충분히 살피지 못한 채 정착에 도움을 받은 이유로 출석하는 경우가 많다. 목회자와 교우들 간에 다름에서 오는 불편이 있을 수 있다. 목회자의 자리 이동도 거의 불가능한 현실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일까지도 떠안고 함께 가야 할 때가 있지만 상처는 드러난다. 한인들이 백인들과 어느 정도 삶의 나눔이 가능할까? 부딪칠 일도 적고 이해관계도 달라 편한 것 같지만 다름과 한계를 느낀다. 잠시는 편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함께할 사람들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라는 맘은 부정하기 어렵다. 교회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애증의 관계를 아름답고 성숙하게 발전시켜야 할 과제가 있다.


 다윗은 피를 많이 흘렸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전쟁은 불가피했겠지만 자신의 사욕을 위해 필요 이상의 힘도 남용했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은 요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군총사령관으로 다윗을 위해서라면 부하 장군을 죽이는 악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윗의 영광과 수치의 순간을 함께 했지만 왕의 지엄한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경우들이 있었다. 누구보다 다윗의 의중도 알았을 텐데 '압살롬을 죽이지 말라'는 당부를 어기고 무참히 죽였고, 북이스라엘의 총사령관도 자신의 원한을 풀기 위해 다윗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 전쟁과 지략이 뛰어난 다윗도 요압 내면의 메커니즘을 제어할 수 없었다. 왕과 충신처럼 보였지만 권력암투가 내면 깊숙이 잡혀 있어 평생동지였지만 가까울 수 없는 관계였을 것이다. 다윗은 요압에게 고마운 감정보단 증오의 감정과 원한을 유언으로 남긴다. 솔로몬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 "그를 편안히 죽지 않도록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마이클 프로스트의 '일상, 하나님의 신비'라는 책의 시작은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라는 프랑스 소설의 마지막 내용으로 시작한다. 프랑스의 한 젊은 신부는 부패한 당시 교회에서도 정직하게 사목활동을 했지만 중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임종의식을 치르지도 못할 그를 바라보며 마지막 종교적 위안마저 받을 수 없음에 의분을 드러낸 독실한 신자를 향해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은혜는 어디에나 있지 않는가"라는 말을 남기고 임종했다고 한다. 돌아보면 내게도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맘을 뺏겨 감정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 아픈 경험이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는 격언처럼 내가 믿고 의지할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시다. WEC 선교단체를 창립한 챨스 스터드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이시며 나를 위해 죽으셨다면 그분을 위한 나의 어떤 희생도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다."라고 했다.


 모범적 신앙생활을 한다는 사람도 극한의 애증의 관계에선 '성경, 성령의 일하심, 그리고 맡은 직분'도 멈춰 보일 때가 있다. 가족 같은 관계일수록 더 예의를 갖추고 지켜야 할 경계를 넘지 말아야겠다. 순간순간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을 더 붙잡아야 한다. 십자가의 사랑과 하나님의 은혜 안에 깊이 잠기는 것 외엔 해결책이 없음을 경험을 통해 배워간다. "모든 일을 원망과 시비가 없이 하라.(빌립보서 2:14)"고 성경은 권면한다. 목회와 삶의 마지막 순간 나의 남겨진 빈자리를 보며 가족처럼 안타까워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떠난 빈자리는 남겨진 자의 몫이다. 힘든 시간을 함께 하는 지금의 이웃이 언젠간 나를 도울 수 있는 언덕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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