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80522070013595 퍼옴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사리(舍利)'는 시신을 뜻하는 '사리라(?ar?ra)'라는 산스크리트어입니다. 원래 석가모니를 화장하고 난 뒤에 남은 유골과 잔류물을 의미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덕망 높은 고승들을 화장(다비)한 뒤에 유해에서 발견되는 결정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사리의 모양은 타원형, 원형, 다이아몬드형 등 다양하고, 색깔도 하얀색, 검은색, 노란색, 빨간색 등 여러 가지며, 크기도 제각각입니다. 개수를 셀 때는 과(顆)라는 단위를 씁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조계종 전 종정 성철 스님은 110여 과, 조계종 전 종정 혜암 스님은 86과, 조계종 전 총무원장 정대 스님은 200여과, 태고종 종정 덕암 스님 242과 등 유명 스님들의 법구(몸)에서 많은 사리가 나왔습니다.
사리의 숫자에 따라 스님들의 수행의 깊이를 측정하는 듯한 세상의 시선에 불교계는 반발합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일부 고승들은 입적 후 자신의 사리를 수습하지 말도록 상좌들에게 명합니다. 2010년 3월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은 "다비 후 나의 사리는 찾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고, 상좌(제자)들은 이를 꿋꿋하게 지켰습니다. 은허 스님은 "법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데 있지 사리에 구현된 것은 아니다"면서 자신의 입적 후에 사리 수습을 못하게 했습니다.
사실 가장 의문인 점은 부처님의 진신사리입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고 자랑하는(?) 사찰이 가끔 눈에 보입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절은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고 해서 부처 대신 진신사리를 모시는 곳으로 전국에 몇 개 없는 줄 알았는데 그런 절들이 상당히 많아 의문을 가진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는 전세계로 퍼졌는데 한국에만 유독 많은 것일까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몇 개인지를 떠나 사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밝혀진 바도 거의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가설이 있고, 그를 통해 추측할뿐 입니다.
사리는 불가에서 신앙과 금기의 대상입니다. 불가의 전통적인 장례방식인 다비식(화장)은 공개되지만 사리를 모으는 습속 과정 등은 일부만이 공개됩니다. 시신을 태우는 과정 등을 면밀히 관찰할 수가 없어 제대로 연구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리는 조개가 만드는 천연진주처럼 생성된다는 설이 있습니다. 조개의 몸 안에 모래알, 알, 기생충 같은 것이 들어가면 진주층과 같은 물질인 진주질(眞珠質)로 이것을 둘러싸면서 생기는 것이 천연 진주입니다. 그러나 조개의 진주가 한 알 생기는 것과 달리 사람의 몸에 생기는 사리는 많게는 수백에 달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나마 사리는 몸의 신진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을 때 생길 수 있는 일종의 담석이나 결석이라는 의학계의 주장이 나름 설득력을 얻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것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대부분의 유기물질입니다. 이들 유기물질은 다비식 같은 고온의 불길에서 모두 연소되고, 뼈와 칼슘 성분으로 구성된 남겨진 무기물질들이 다양한 색깔과 모양을 가진 사리라는 주장입니다.
정좌한 채 몇 년씩 움직이지 않고 수행하는 스님들은 영양 상태도 좋지 않고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결석이 생길 수 있는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결석이 있었다면 생전에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정상인데 사리가 나온 스님들은 입적 전까지 결석으로 고통을 호소한 적이 없습니다.
특히 성철 스님의 경우 목 부위에서 수많은 사리가 나왔는데 이들이 모두 결석이라면 거동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어 이 주장 또한 증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과학적 검증을 위해서는 생전 몸속에 있던 담석에 표시를 한 뒤 다비식 후 습속 과정에서 표시된 담석을 확인해야 하는데 불가에서 이런 실험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995년 최초로 사리의 성분 분석이 이뤄졌습니다. 입적을 앞둔 한 스님이 사리가 나오면 유용한 일에 써달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이 스님이 남긴 2과의 사리가 인하대 임형빈 박사에게 제공됐고, 이를 통해 연구를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편에서 사리의 성분과 신비에 대해 살펴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