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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를 연주하는 사람

by hamdavid posted Sep 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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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천라이프  이민목회 이야기(3) "하프를 연주하는 사람" 한명수 목사 (해밀턴 장로교회 담임)


 난 가끔 셋째 딸에게 "난 널 사랑하는데 넌 날 사랑하냐?" 묻는다. 딸의 대답은 항상 "섬타임"이란다. 나도 이런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I love you ALWAYS!"라고 한다. 그런데 말이 '항상'이지 그렇게 딸들을 사랑할까? 내 기준과 필요가 채워지지 않으면 얼굴 표정이 달라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현실인데? '사람의 원수가 자기의 집안 사람'(미가 7:6)이라는 말씀처럼 나도 섬타임이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풍성한 교제로 화목함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교회 구성원 간에 시기와 질투는 사랑과 함께 존재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최고의 가치와 판단의 기준이라면서 교회의 판단에 만족한 답을 얻지 못하면 세상 법정으로 가져간다. 한국에서 5,000km 이상 떨어져는 있는 이민교회는 더 파격적인 공동체이기에 모든 갈등의 불씨가 공존하는 연약한 공동체다. '시기'는 "샘하고 미워함"이라고 국어사전에 설명했다. 자신을 알아주지 않거나, 자신과 비교해서 상대방이 더 잘 풀려나갈 때 시샘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커질 수 있다.


 소년 다윗은 골리앗을 무찌른 이후 이스라엘의 영웅으로 승승장구하며 백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다윗과 기쁨을 나누지 못한 사람 한 사람 사울은 여인들이 외친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사무엘상 18:7)라는 말을 듣고 시기심이 싹터 어떤 이성적 행동도 제어되지 못하고 점점 강퍅해 갔다. 계속된 살해의 위협으로 언제 날아올지 모를 창을 의식하면서 사울 앞에서 다윗은 하프를 연주해야 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듯이 목사도 교우들도 연약한 모습 앞에 교회와 세상 앞에 노출되기 쉽다. 자족함이 줄어들고 하나님의 은혜가 메말라져 버리면 제어하기 힘든 육신적 행동이 드러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다윗같은 피해자와 사울같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지 않을까?


 지역 스포츠 동아리 행사에 관한 광고를 보니까 회원들의 호칭이 전부 '사장'이었다. 사업을 하지 않는 사람 모두 동일하다. 물론 어떻게 호칭할지를 고민했을 것을 나도 이해는 하지만 "님"자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회의 리더들도 직분의 본질보단 인위적인 방법이 사용될 때가 많다. 봉사와 섬김으로의 역할보단 체면과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일들이 교회의 교회됨을 잃어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미묘한 일들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나도 모르게 사울이 될 수 있고 다윗처럼 위기의 나날들을 보낼 수밖에 없음을 삶의 경험을 통해 깨닫는다. 낮아진 자존감속에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건강한 자아상과 존재이유를 발견케 함을 돕는 것이 목회의 과제다. 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교우들의 이름 앞에 "존경하는"이란 말을 사용할 때가 있다. 내가 당신을 알아주고 인정하고 있다는 마음이 전달되고 삶에서도 그런 존중함으로 오해를 해소할 수 있겠다는 맘이다. 


 유대인들은 성경과 탈무드를 통해 글을 읽고 쓰는 능력과 계산 능력이 뛰어났다. 또한 사방에 퍼져있는 유대인 커뮤니티와의 네트워킹을 통한 정보력이 뛰어나서 위기의 상황에서도 늘 기회와 탈출구를 찾는 민족이다. 목사는 모든 형편에 있는 이들과 교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직업이다. 목회는 사람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조정자로 설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에선 그런 역할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상한 감정은 표현될 수밖에 없다. 병들어 있는 사울의 피폐함을 해결하실 분은 오직 하나님이다. 지역 목회자들간에도 교인들의 이동으로 미묘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협력자로의 지혜를 모으면 좋겠다. 사울의 자녀 요나단과 미갈은 위기에 처한 다윗에게 피할 길을 함께 찾을 동반자였다. 갈등과 위기의 상황에서 돕는 손길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그들과의 네트워킹으로 위기를 반전할 수 있어야겠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강한 파도가 강한 어부를 만든다. 새들은 강한 바람이 부는 날 둥지를 만들어 태풍의 위기를 본능적으로 이겨낸다. 영국의 금융인이자 무역상인 토머스 그레셤(Thomas Gresham)은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고 했다. 가치가 다른 두 화폐에서 금의 함량을 줄여 돈이 만들어지면 금의 함량이 많은 양화는 집에 축척해두고 가치가 적은 돈은 시장에 많이 유통됐던 적에 쓰던 말이다. 계속된 위기는 자신을 더 단단하게 준비할 수 있는 기회 아닌가? 모든 사람이 날 필요로 하고 좋아하리라는 것은 착각이다. 고대 중국의 전쟁 전략엔 36가지 계책이 있고, 마지막은 위기 앞에 다음의 기회를 보고 '줄행랑-후퇴하라'는 병법이 있단다. 때론 문제에서 피해 전능자와 홀로 있는 내적 성숙의 광야시간이 필요하다. 다윗의 가치와 하나님의 부르심은 위기 속에서 더 분명히 지킬 수 있었듯이 무리에서 떠남도 필요하다.


 언제 창이 날아올지 모를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다윗은 하프를 연주했다. 우리의 삶과 목회도 하나님의 은혜와 함께 위기의 연속이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연주자로 부르셨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자신을 죽이려는 사울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진심이 전달되지 못할 수도 있고, 내 부덕의 소치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계속된 위협 속에서도 왕을 돕고 충성한 다윗을 혈육인 요나단과 미갈은 지켜봤고 긴밀하게 도왔다. 생명의 위협으로 피했던 곳에서 만만의 협력자를 얻었다. 지금 견디기 힘들고 억울한 일들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보고 계시며 때가 되면 사람들도 알뿐 아니라 도울 것이다. 사람은 설득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해줘야 함을 깨달아가고 있다. 연약한 육체로 미움과 시기심이 가득한 이들을 위해 예수님께서 오셨다. 겉은 그럴듯하지만 아파하는 사울들이 아주 가까이 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습으로 회복되어야 할 그들의 치유를 위해 하프를 들 때 내 응어리도 치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삶의 폭풍이 몰아칠지라도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자처럼 하프를 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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