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들락 거리는 곳 중에 가장 붐비는 곳이 공항이다.
공항에선 여러가지 사람들의 얼굴을 읽어 볼 수 있다. 웃거나 찡그리거나....
공항을 빠져 나와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 교차하며 지나가는 해밀턴에서의 좋거나 나빴던 추억들.
갑자기, 은행 구좌를 닫고 가지 않는 것이 생각 난다. 그까짓것 하며 한국의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다시 상념에 빠져 든다.
1. NOTICE와 INSPECTION
3주 내지 4주의 노티스 기간을 거친 후에 드디어 이사를 하는 날이다.
이 기간 동안 새로 들어갈 집도 구해 놓고 이사를 담당할 운송차량과 가격도 꼼꼼히 체크 했다.
더불어서, 전기와 가스 회사에도 새로 이사할 주소를 통보 했고 전화번호는 새로 바뀐 것이라서 이사 당일에 개통 하도록 신청을 했다.
드문 일이지만 전기 회사에서 요금 청구서를 이전 주소로 보내는 일이 있어 이사 후에 새집으로 청구서가 오지 않으면 확인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만약, 이상하다고만 여겼다가는 된통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체국에 가서 자동차 주소지도 변경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나에게는 오는 우편물 중에 중요한 것이 있는데 늘 이전 집에 가서 확인 하기도 귀찮다. 그래서 우체국에 있는 양식 용지에 우편물이 새집으로 올 수 있도록 3개월 짜리 신청도 했다.
살림살이가 많지는 않지만 포장이사가 안되는 나라라서 애들과 짐싸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이렇게 간단히 준비 하는데에도 어림잡아 이틀은 걸렸을까? 남들은 하루에도 다 한다는데.
드디어 이사 전날이다. 운송회사에 전화 해서 내일 10까지 올 수 있느냐고 다시 확인을 했다.
문제는 인스팩션이다. 우리집은 부동산에서 관리를 하는데 남들 이야기에는 에이젼트가 까다롭단다. 어떤이들은 예치금(BOND)중 절반 밖에 못 받았단다.
다음날, 이사를 하고 나니 짐 푸는 것도 장난이 아니다. 거기에 내가 가장 아끼던 이쁜 거울까지 이사하는 사람들이 깨먹었다. 그래서 변상을 요구 했더니 자기네 책임보험에서 해 준단다. 거울 값이 너무 비싸서 현금으로 지불도 안된단다.
그런데 큰일이다. 냉장고 크기가 새집 부엌에 맞지 않는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것인데 너무 크다. 왠만 하면 집 고를 때 냉장고 사이즈도 확인 해 볼 걸....
아무튼, 책임 보험으로 거울을 보상 해 준다기에 CLAIM FORM에 서명하고 나니 길게는 한달 정도 기다리라고 한다.
집 정리는 하지도 못하고 미운정 고운정 들어 있는 집에 다시 왔다. 짐을 빼고 나니 여기 저기 곰팡이도 피어 있고 화장대에 가려 있던 커튼은
시커멓다. 널부러진 쓰레기도 정리하고 침대 모서리 자리에 떨어져 있는 2불짜리 동전도 주웠다. 공돈 생기니 기분도 좋다.
4시에 부동산 쟁이가 인스팩션 한다고 왔다. 가슴이 조금은 두근 거리지만 나는 하나도 잘 못 한 것이 없으니까 예치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가지고 온 인스팩션 리스트를 내개 보여 준다. 어! 이게 뭐지? 집 계약 할 때 내게도 줬다고 하는데 어느 짐 박스에 들어 가 있는지 지금은 도통 생각이 안난다.
유리창 안쪽과 창틀의 먼지며 프레임에 낀 곰팡이와 스커팅 보드에 수북한 먼지, 욕실 천정에 낀 검정 곰팡이와 샤워실 유리와 바닥의 때자국, 한두번 사용했던 오븐의 안쪽과 가스레인지가 있는 부엌 벽면의 기름때 거기에 김치 찌게 국물이 튀었는지 오븐의 벽면은 빨갛다 못해 누런 색깔로 변해 있다. 우리 애들이 낚서 한 것 같은 벽의 볼펜 자국이며 스위치에 생긴 손때 자국, 변기가 흔들거려 고생 했었는데 흔들리는 변기도 고쳐야 하니 예치금에서 다 깐단다. 다행히 카펫 바닥 청소는 했기에 다행이고 부엌의 선반도 내가 조금은 깔끔을 떤 덕에 무사히 넘어 갔다.
그런데 카펫 스팀 청소를 했냐고 묻는다. 그냥 진공청소기만 했다고 하니 계약 당시에 청소가 되어 있었으니 나도 해야 한단다.
문제는 이 많은 것을 지금 어떻게 내가 다 하나! 못 받을 돈생각에 눈이 깜박여 진다.
부동산 에이젼트는 500불을 빼고 주겠단다. 방3개의 우리 집은 크지도 않은데 무슨 비용이 이리도 많이 나오나 싶다. 일단 예치금 반환 서류에 서명을 하고 나니 1200불의 예치금 중에 700불 밖에 안 온단다. 그것도 3주 뒤에.
2불짜리 동전을 줍고 빙긋 웃던 나를 생각 한다.........
변기와 애들 방벽의 자국은 내가 계약 할 당시에도 그랬는데. 나한테 뒤집어 씌우니 영 이나라가 미덥지 않다.
인스팩션 리스트에 꼼꼼히 정리 해 두고 잘 보관 해 놓을 걸... 더군다나 처음 보다 더 흔들 거린다. 미리 부동산에 얘기 하지 않은 것이 후회 된다. 미리 알렸더라면 괜찮을 것을.
500불 날리고 저녁을 먹으려니 입맛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