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인학교들의 새해 걱정

by 운영자 posted Dec 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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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해외 한인학교들의 새해 걱정
2009-12-10 오후 12:24:52 게재

해외 한인학교들의 새해 걱정
이종구 (성공회대 교수·사회학)

일본에 출장을 갔다가 오는 길에 갑자기 반나절의 여유가 생겼다. 일정은 끝났고 비행기 출발시간은 저녁이었으므로 몇 년만에 재일동포 본국 유학생 출신인 대학 선배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재일동포 고령자를 위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던 선배는 민단계 중고교의 교장을 맡고 있었다. 필자는 한국에 있는 동창들의 근황을 전달하고 선배는 하토야마 수상의 파격적인 행보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화제가 동포사회로 옮겨가자 선배는 재외국민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즐거워하고 있었다.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환갑이 되도록 참정권을 행사한 적이 없는 선배는 피선거권도 있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얘기를 나누어 보니 공개적인 정치 활동을 할 수 있으므로 뒷전에서 서로 본국 실세와 연줄이 있다고 큰소리치는 교민 사회 유지들의 답답한 행태가 정화될 수 있는 긍정적인 여지도 있었다. 어쨌든 고생만 하던 재일동포들이 기본권의 하나를 회복하게 되었으니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한인학교의 실정을 묻자 교장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우선 본국 정부가 지원하던 파견 교사가 내년부터는 없어진다는 것이다. 당장 인력의 공백을 메우는 데 들어갈 인건비도 큰일이지만 평균적인 일본인보다 교육수준이 낮은 재일동포 사회에서 한국사와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난제이다.
이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본국 정부의 운영비 보조금이 완전히 끊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한인학교 예산 축소하나
현재 상태로는 중국에 신설되는 한인학교 건축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 있는 40여개 한인학교에 지급하는 보조금 예산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더구나 본국의 입장은 일본지역 한인학교만 특수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니 얘기를 듣는 사람이 답답해졌다.
물론 새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확실한 내용을 알 수 있지만 일상 운영비는 줄이고 건축비는 늘리는 정책이 해외 한인학교 부문에도 적용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에 신설하는 한인학교는 주재원 자녀를 위한 시설이니 정부가 돈이 없으면 중국에서 돈을 버는 기업의 협력을 받아 건축비를 마련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다.
시간이 흐르고 세대 교체가 되어 해방 이후에 출생한 관료와 정치인이 한국의 정책을 결정하고 있지만 일본 식민지 지배의 최대의 피해자가 재일동포라는 역사적 사실은 엄연하게 남아 있다.
반공정신으로 무장한 보수파의 시각에서 보면 일본은 북한과 연결된 총련이 활동하는 지역이고 민단계 학교는 재일동포의 적화를 막아내는 투쟁의 최전선이다. 너무 자주 들어 진부해진 이러한 공식 담론을 제쳐 놓는다고 해도 해외 한인학교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정책은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한인학교는 동포사회의 구심점이며 현지에서 태어난 2세들도 본국과 연결되어 있다는 연대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마당이기도 하다. 시장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는 한국이 세계화 시대에 적응하려면 해외 동포의 협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심지어 정부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를 가장 선구적으로 이루어낸 집단은 ‘야끼니꾸’라고 부르는 불고기집을 만든 재일동포들이다.

국격에 맞는 재외동포 지원을
유학생, 회사 주재원, 외교관을 막론하고 해외 생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현지 교민의 도움을 받아 고비를 넘겼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본국인들이 현지 교민 사회에 기여한 바는 사실상 거의 없다.
대국적으로 생각하면 해외 한인학교는 세계화 시대를 맞고 있는 한국 사회가 아끼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인정하면서 한인학교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정책은 누가 보더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책 당국은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대국이라는 국격(國格)을 생각해서라도 최소한의 체면은 차릴 줄 알아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실적을 과시하느라고 수시로 벌이는 대형 국제행사에 들어가는 돈을 조금만 아껴도 본국과 해외 동포 모두에게 좋고 필요한 일을 많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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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의 다른 사이트에서는 기사를 잘 가져오지 않는데, 이 기사는 현재 뉴질랜드내 한국학교와도 관련이 있는 소식인 것 같아 올립니다.
혹여 저작권에 저촉이 되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코와이 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