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노랬다. 안된다고 다급한 마음을 전달했다. 이 한마당 잔치 행사는 한국학교 일 년 행사 중 가장 큰 학부모 초청 마무리 행사인 것을 너희가 더 잘 알지 않냐 며 어디로 일주일 남겨놓고 움직이냐고 울었다. 혹 서로 시간을 나눠서 강당을 사용하면 안 되냐고 매달렸지만...... 그러나 이미 이번 토요일 오전에는 학교가, 오후에는 결혼식이 예정되어있던 터라 장례식이 있으니 결혼식 하는 분에게 양보하랄 수는 없었다. 결국 한국학교가 다른 곳으로 가서 행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연락받은 거였다.
와이카토 한국학교는 15년 역사에 5번의 일반 초등학교에서 쫓겨나(?) 지금의 교회 커뮤니티 센터를 빌려서 토요일 오전에 사용하고 있다. 3년 전 계약 당시 교회 장례식이나 결혼식이 생기면 강당을 양보한다는 조건하에 빌렸기에 할 말이 없었지만, 단 한 번도 학부모 초청 행사와는 겹치지 않았기에 잘 사용했는데 급기야 오늘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어떡하나...어디로 옮겨서 행사를 치르나...물건 및 집기류는 어떻게 옮기나...’머리가 넘넘 복잡해 직장에서 수업에 집중을 못하는 날 본 동료 교사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자초지종을 들은 교사들이 안타까움을 함께 나누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기에 주위 학교나 다른 커뮤니티 센터를 알아보라는 조언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급한 나머지 내가 아는 키위 장학사에게 직장으로 전화를 해서 가까운 초등학교 강당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고 난 나대로 또 다른 곳을 알아보겠다고 연락하는 모습을 보며 키위 동료 교사가 인근 고등학교 교장인 엄마에게 부탁한다며 걱정 말라는 위로도 해준다.
유치원 아이들을 다른 교사에게 부탁해놓고 전화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며 여기저기 연락하며 애를 태우는데 불현듯 좋은 생각이 났다. 다른 장소로 옮겨서 행사를 치르나 한 주 연기해 미뤄서 하나 죄송함의 개별 연락은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해야 하는 것이니 차라리 환경이 변하지 않는 미루는 방법을 택하는 게 낫겠다 라는 판단이 선 것이다. 그러면 하루 임대료를 따로 낼 필요도 없고 장소도 안 바뀌니 어린 아이들이 발표하는데 혼선을 덜 가져올 것이라는 득이 더 많은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그제야 굳어졌던 얼굴이 조금 펴지고 유치원 키위 꼬마 천사들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오후에는 오전에 알아봐 달라던 곳에서 여기저기 연락이 오느라 직장 전화는 완전 내 개인 전화처럼 사용해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철판을 깔고 일을 했다. 그래도 알아봐준 키위 친구들이 고마웠고 결과적으로 한 주 미루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동의를 표해주어 감사했다.
이제 퇴근하자마자 난 우리학교 샘들에게 긴급 상황 메일을 다급하게 썼다. 미리 강당 장식을 위한 금요일 모임도 그 다음 주로 미뤘으니 착오 없기 바라며, 다음 주에 할 학기말 시험을 바꾸어 이번 주에 치르니 시험문제를 빨리 출제해서 보내달라는 내용과, 시장놀이는 한 주 더 지난 방학식 날로 변경되었고, 장례식 때문에 본당을 사용 못하기에 성인 한국어반(외국인반) 수업은 우리 유치원으로 옮겨 한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이렇게 행사를 대폭 수정하는 메일을 학교 샘들에게 돌리며 학부모님에게 죄송한 말씀을 잘 전달해 달라는 이야기도 전했지만 이내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가슴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그 무언가가 또 복받쳐 오르는데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렇게 남의 집 신세를 지며 이런저런 이유가 있을 때마다 이리저리 굴러다녀야 한단 말인가.......처음으로 키위식 래플제도를(행운권 추첨) 도입하며 아이들과 교직원 모두가 학교 후원금 마련을 위해 2달러 래플을 파느라 애를 쓰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애가 탔는지 모른다.
정말 우리 와이카토 한국학교가 주인인 그런 자체 건물이 있었으면...정말 우리 자체 학교 건물이 있었으면.......
이 영원한 숙제는 언제나 풀리려나.......